[컬트소설] 부자 (2)
기사입력 1999년 04월 18일 14시 45분
오늘따라 아저씨는 하얀 코트를 입고 있다.
조끔 더 멋있어 보인다.
아저씨가 타고 온 저 하얀 차는 뭐지?
아저씨는 조그만 아이스박스에 고기를 담아서는 차 안에 싣고 있다.
아주아주 바쁜 가 보다.
나한테 인사도 안하고.
치！
내가 가서 인사를 하는 수 밖에 없겠다.
지금 뛰어나가면 아저씨한테 인사할 수 있을 거야.
"아빠, 철수 아저씨는?"
"응, 급한 고기가 있어서 방금 갔어."
"치. 나한테 인사도 안하고?"
"응, 우리 호식이한테 안부 전해주라고 했는걸?"
나는 얼른 마당으로 뛰어나갔다.
저 멀리 아저씨가 타고 가는 하얀 차가 보인다.
"아빠, 철수 아저씨는 왜 하얀 차 타고 왔어?"
"응, 아저씨 회사 차야. 그걸 타고 오면 더 빨리 올 수 있거든."
"아저씨는 어떤 회사에 다녀? 아빠처럼 고기 파는 데야?"
아빠 말씀이 철수 아저씨는 병원이라는 회사에 다닌다고 했다.
철수 아저씨는 의사란다.
아빠는 내가 크면 다 알게 될 거라고 하셨지만, 아마도 의사는 대신 고기를 사다주는 사람일 거다.
그것도 급한 고기 전문.
우리 아빠랑 철수 아저씨가 계속 친했으면 좋겠다.
나도 차를 타고 병원이라는 곳에 가보고 싶다.
철수 아저씨랑 같이 고기 파는 것도 구경하고, 참 재미있을 거다.
"아빠, 오늘 철수 아저씨가 가지고 간 건 무슨 고기야?"
"응…, 심장이라는 고긴데, 그게 제일 급한 고기거든. 그래서 아저씨가 너한테 인사도 못했던 거야."
"아, 그랬구나. 심장이었구나. 그럼 내가 봐 줘야지. 그건 정말 싱싱해야 하잖아. 그치, 아빠?"
"허허…. 우리 호식이 정말 똑똑한데? 이 다음에 아빠처럼 훌륭한 사람이 될 거야."
나는 오늘 철수 아저씨한테 화가 좀 났지만, 아저씨가 사간 고기가 심장이라고 하길래 용서해주기로 했다.
그 고기는 정말 싱싱할 때 가지고 가야 한다고 아빠한테 들었기 때문이다.
원래 철수 아저씨는 각막하고 신장을 주로 사갔다.
나랑 자주 놀아줬는데….
아마 내일 모레 또 오실 거다.
그때는 나랑 놀아주실 수 있겠지?
나는 오늘 밤에도 아빠랑 고기 써는 연습을 하는 꿈을 꿀 것이다.
나도 정말정말 열심히 연습해서 아빠처럼 곱창도 막 만지고, 심장도 만져보게 됐으면 좋겠다.
내일도 연습하려면 일찍 일어나야 한다.
이제는 잘 시간이다.
아빠, 안녕히 주무세요.[이번 회 끝]
글·이춘영(Cece)/하이텔/악몽따라&무진교(go sg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