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순간을 채색하는‥' 마음을 그린 풍경화 느낌
기사입력 1999년 04월 18일 14시 45분
꽃시절이다. 마음이 자꾸 살랑거린다. 어디 한적한 섬으로 여행이나 훌쩍 떠나볼까나. 팍팍한 시절은 잠시 밀쳐두고. 수채화 같은 추억을 찾아서.
독일 삽화가 퀸트 북홀쯔의 단편소설 `순간을 채색하는 내 영혼의 팔레트'(진명출판사). 방랑화가와 섬 소년의 잔잔한 우정 이야기다. 지극히 짧은 한 편의 그림동화. 아련한 그리움에 젖게 한다. 삶에서의 소중한 순간을 되새기게 한다.
우체부 소년과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우정을 그린 영화 `일 포스티노',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좀머씨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 자신의 내면을 응시하게 하는 `마음의 풍경화'라 할 만하다.
－어느 따뜻한 봄날, 화가 막스씨가 우리집 5층으로 이사왔어요. 그는 자신을 `순간을 채집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어요. 그가 그림을 그릴 때, 나는 빨간 소파에 앉아 그를 쳐다보곤 했습니다. 내가 켜는 바이올린에 맞춰 그가 노래를 부르기도 했지요.
막스는 그림을 액자에 끼워 벽에 걸어놓았어요. 그리곤 `그림을 그릴 때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자기 자신만의 길이 있단다' 말했지요. 캐나다의 눈코끼리, 날아다니는 서커스 마차 등의 이야기도 해주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먼 여행을 떠났지요. 그리고….－
지난해 볼로냐 국제도서전 `올해의 픽션부문상' 수상작. 북홀쯔가 직접 그린, 칼라 혹은 흑백의 파스텔톤 삽화들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임정식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