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앞뒤 안맞는 나래 인사
기사입력 1999년 04월 18일 14시 16분
얼마전부턴가 중-고 농구판서는 심판들의 지도자 변신이 열병처럼 번지고 있다.
판관으로서 선수들과 함께 코트를 누비는 만큼 `농구를 가장 잘 안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 이면엔 무서운 음모가 숨어있다는 지적이다.
심판 출신을 감독으로 영입하면 적어도 3년 동안 팀성적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
한동안 법조계에서 파문을 일으켰던 `전관예우'가 아마농구계에서도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프로농구 원주 나래가 신임 사령탑으로 KBL（한국농구연맹） 심판위원장인 최종규씨를 선임했다.
지난해까지 대우에서 지휘봉을 잡았던 최씨는 나래 외에도 여러 구단이 러브콜을 검토했지만 현직 심판위원장이란 직위 때문에 늘 뒷전으로 밀려났다.
또 심판 판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각 구단의 우려에 밀려 최씨는 지난시즌 동안 친정팀인 대우의 부천 홈경기도 직접 지켜볼 수 없었다.
물론 의혹을 해소시킬 방법은 있다.
다음시즌 코트에 설 심판들을 전원 물갈이하는 것인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
오는 8월쯤에 있을 심판들의 재계약과 관련, 고과（考課）를 매길 수 있는 사람도 최씨말고는 없는 상태다.
구단주를 비롯, 용산고 출신들이 득세하고 있는 나래의 신임 사령탑 선임과정 역시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용산고 출신의 전창진 삼성 수비코치를 일찌감치 코치로 점찍어둔 나래는 차후에야 사령탑 물색작업에 들어갔다.
코치에 대한 인선은 감독을 선임한 뒤 신임 감독이 지명하는 농구계의 관례를 깬 것.
여기에 최씨는 대우 사령탑 시절 코치에게 전권을 부여했는데 나래의 이번 사령탑 선임은 2년 뒤 `전창진 감독 체제'로 가기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류성옥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