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출동] '삐끼와의 전쟁' 선포
기사입력 1999년 04월 18일 14시 16분
룸살롱, 카페, 식당, 노래방 업주들이 `삐끼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서울의 대표적인 유흥업소 밀집지역인 강남역 일대 상인 5백여명은 최근 강남역에서 제일생명으로 통하는 길에 `삐끼업소에서 피해를 당하신 분 신고하면 도와드립니다!'라는 플래카드를 곳곳에 걸어놓았다.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2백∼3백여명의 삐끼를 몰아내기 위한 자구책이다.
유흥업소 업주들이 삐끼를 몰아내려고 하는 까닭은 삐끼들의 불법 행위로 이 지역 상권이 고사（枯死）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 전쟁에 동참한 한 상인은 "삐끼에 걸려 바가지를 쓰거나 험한 꼴을 당한 사람이 이 골목을 다시 오겠냐"고 말했다.
그동안 삐끼의 유혹에 끌려갔다가 피해를 본 사례를 무수히 많다.
40대 직장인 A씨는 혼자서 `삐끼집'에 갔다가 술에 취해 잠이 든 뒤 200만원이 넘는 계산서를 받았다.
물론 바가지 요금이었다.
A씨가 항의하자 업주는 즉석사진을 들이밀며 "망신 당하고 싶냐"고 윽박질렀다.
사진에는 자신이 여자의 은밀한 곳을 만지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그것은 삐끼와 여종업원이 연출해 만든 사진이었다.
A씨는 꼼짝없이 계산서대로 술값을 치러야 했다.
B씨 역시 술에 취해 잠들었다가 당한 케이스.
B씨는 3시간이 넘도록 잔 뒤 "영업이 끝났다"는 종업원의 말에 겨우 눈을 떴다.
테이블 밑에는 B씨 몰래 갖다놓은 빈 술병과 안주 접시가 수북히 쌓여 있었고, B씨와 종업원은 파출소까지 갔지만 "3시간이면 그만큼 마실 수 있다"는 `명판결'을 받기도 했다.
지난 15일 서울 서초1상가 번영회에 피해사례를 신고한 C씨는 "20만원이면 양주를 마실 수 있다"는 삐끼의 말을 믿고 따라갔다가 120만원짜리 계산서를 받았다.
C씨는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핸드폰을 꺼내들었다가 종업원들에게 전화를 빼앗기고 흠씬 맞은 뒤 신용카드를 내줘야만 했다.
종업원은 비밀번호를 물은 뒤 현금서비스 코너에 가서 강제로 계산을 끝내기도 했다.
삐끼들의 월수입은 최고 1000만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상의 40∼50％가 삐끼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것.
한 상인은 "삐끼들은 대학생부터 외국인까지 돈이 있어 보이는 사람은 누구든지 끌고 간다"며 "관계당국의 적극적인 단속이 아쉽다"고 말했다.
번영회의 한 임원은 "삐끼업소 대부분이 무허가 업소이며 미성년자 고용과 가짜 양주 판매 등 불법 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