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소설] 부자 (1)
기사입력 1999년 04월 16일 15시 19분
"그건 그렇게 하는 게 아니고, 이렇게 하는 거란다."
우리 아빠는 참으로 자상하시다.
나에게 아무리 어려운 것도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신다.
내가 할 수 없는 어려운 것을 해내시는 아빠가 너무나 멋져 보인다.
나는 우리 아빠를 세상에서 제일 존경한다.
"아빠, 이건 어떻게 하는 거야?"
나는 오늘도 이것저것 궁금한 게 너무 많다.
아빠가 하시는 일은 나도 다 하고 싶다.
아빠는 오늘도 장갑을 끼고 추운 방에서 일을 하신다.
여러가지 기계장치가 되어있는 넓은 방이다.
우리 아빠한테는 손님이 많이 찾아온다.
나는 그 사람들 중에 열두명을 잘 안다.
그 사람들은 이틀에 한번은 놀러 오거나 고기를 사러 온다.
우리 아빠를 무척 좋아하는 사람들인가 보다.
놀러 올 때는 꼭 친구를 한 명씩 데리고 오는데, 그 친구들은 항상 술에 취해있다.
우리 아빠는 고기 장수이다.
우리 아빠의 작업장에는 여러가지 고기들이 아주아주 많다.
나도 요즘은 고기 써는 연습을 하는데, 곱창은 절대로 건드리지 못하게 하신다.
곱창이 맞을까? 맞을 거다.
아빠가 그 꼬불꼬불한 부분을 곱창이라고 말하시면서 허허 웃으셨다.
나는 절대 그것은 건드리면 안 된다고 하셨다.
한달 전부터 나는 그 고기의 가죽을 모으고 있다.
아빠가 예쁘게 오려서 말려주셨다.
반짝반짝한 털을 가진 동물인데, 털가죽은 한번에 꼭 한장 밖에는 안나오나 보다.
하지만 괜찮다.
한달 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내 방바닥 전부를 덮을 수 있을 만큼 모여졌다.
이 털을 짧게 깎으면 더 예쁠 거 같다.
어?
밖에서 큰 소리가 난다.
차 소리도 들리고….
아！ 또 급한 고기가 있나보다.
우리 아빠의 솜씨는 아주 뛰어나서 진짜로 싱싱한 고기를 찾는 사람들에게서 주문이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어떨 때는 너무나 급한 나머지 저렇게 큰 소리를 내면서 찾아올 때가 있다.
그 고기는 너무 싱싱해서 살아 움직이기도 한다던데….
나는 아직까지는 떨어져 나온 고기가 움직이는 것은 보지 못했다.
아빠는 나에게 가업을 물려받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나도 고기 써는 법을 연습하고 있다.
로봇을 가지고 노는 것보다는 재미가 없지만, 나중에 곱창을 만지게 해주신다고 하셔서 열심히 하고 있다.
어어?
시끄러운 소리가 또 난다.
오늘은 급한 고기가 필요한 사람이 많은 가 보다.
저 사람은 철수 아저씨잖아? [계속]
글·이춘영(Cece)/하이텔/악몽따라&무진교(go sg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