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 칼럼] 조영남-성의식 확장시킨 'O양의 비디오'
기사입력 1999년 04월 16일 14시 29분
믿거나 말거나 나는 내가 아는 여자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웃기려고 무진 애를 쓴다.
그저 재밌게 살고 싶어서 그러는 거다.
그런데 나의 웃기는 기술이라는 게 사실은 뻔하다.
몇가지 야한 Y담이나 사오정 시리즈 같은 걸 적절히 구사하는 정도다.
잠깐 'Y담'이 맞는지 '와이담'이 맞는 건지 진짜 웃길줄 아는 우리의 친구 정재환한테 물어봐야겠다.
그는 최근에 '짜장면'이 아니라 '자장면'이 맞는 말이라고 박박 우겨대는 내용의 웃기는 책을 낸 친구다.
그런데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던 나의 웃기는 실력은 최근 소위 O양의 비디오 사태 이후 상당부분 진전을 보았다.
나는 요즘 여자 친구들한테 아주 자연스럽게 '어프로치'한다. 가령 이런식이다.
'우리 언제 날 잡아서 비디오 한편 찍을까?'
이런 경우 나는 불결하다거나 싫다고 거부의 몸짓을 보이는 경우를 못만났다.
구차하게 O양 비디오 혹은 섹스 비디오 포르노, 성인영화 등의 좀 찝찝한 단어를 동원하지 않고 그냥 '우리 비디오 한편 찍을까?'하면 척척 알아 듣고 모두들 가갈갈하며 자지러진다.
다른 사람들은 다 관두고 독자들도 금방 알아 먹을 수 있는 나의 아주 가까운 친구들만의 사례를 여기 소개하겠다.
먼저 '체험 삶의 현장' 프로를 함께 진행하는 김미화를 대기실에서 만나 넌즈시 접근해 본 경우다.
"야 미화야! 우리 심심한데 비디오나 한편 찍어서 풀어 볼까?"
김미화는 내가 그런 실없는 주문을 해오리라는 걸 미리 알고나 있었다는 듯이 숨도 안쉬고 퉁명스레 대답했다.
"아저씨 반품 들어와서 안돼유. 관둬유."
이번엔 방송국 복도에서 이경실과 마주쳐 황급히 나의 사업계획을 제시했다.
"경실아! 우리 비디오 한편 찍어 볼까?"
이경실이의 반응도 김미화와 엇비슷 했다.
"그걸 만들어서 오빠하구 나하구 가정 방문판매를 해도 안 팔릴거유. 관둬유."
그런데 임백천의 반응은 매우 조심스러우면서도 우호적이었다.
내가 속칭 'J군의 비디오' 얘기를 꺼냈을 때 적극 지지를 표명하며 몇가지 문제점을 지적해 주었다.
"형! 한개의 독립된 테이프를 만들려면 최소 한시간은 찍어야 하는데 형 연세에 어디 가능이나 하겠수"하면서 해결책까지 귀띔해 주었다.
그러니까 55분 동안은 각종 변칙 테크닉을 구사하다가 막판 5분 정도만 죽을 힘을 다해서 실력을 과시하면 물건이 된다는 것이다.
옛날의 장영자는 우리에게 돈의 개념을 확장시켜주었고 오늘날 O양의 비디오는 어설프기만 했던 우리네의 성의식을 그야말로 세계화로 확장시켜 주었다.
아! 과연 양화를 구축하는 축복의 악화여! O양에게 경의를.
P.S(추신) "야! 백천아 나도 김미화 이경실같은 유부녀들 말고 상대만 좋으면 한시간짜리 쭉 찍을 수 있다." [가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