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라운지] 기아 '허재 공백' 애타는 마음
기사입력 1999년 04월 16일 14시 29분
"허 재만 있어더라도."
요즘 프로농구 부산 기아 관계자들이 토해내는 한숨속엔 '농구천재' 허 재(34.나래)가 빠지는 일이 없다.
"어쩌다 내줬는지 모르겠어요. 허 재의 공백이 크긴 큽니다."
올시즌처럼 현대와 맞붙었던 지난시즌 챔피언결정전은 '허 재에 의한, 허 재를 위한, 허 재의' 무대라는 말이 나올 만큼 그의 활약은 대단했다.
7차전까지 밀고 밀리는 접전을 펼치며 한국 농구사상 최고의 승부였다는 지난시즌 챔프전에서 비록 현대에 챔피언 트로피를 내줬지만 주인공은 단연 허 재였다.
눈자위가 찢어지고 손가락뼈가 골절돼 붕대를 둘둘 감은채 코트에 나섰던 허 재는 당시 'IMF 위기'와 맞물려 다시 일어서는 한국인의 의지를 형상화했다는 칭송까지 들었다.
오죽하면 우승팀인 현대 선수들을 제치고 허 재가 플레이오프 MVP로 선정됐을까.
허 재가 떠난 뒤 정인교와 윌리포드가 가세했지만 기아의 진용은 예전만 못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솔직한 평가.
위기상황에 몰릴 때마다 상대 수비를 헤집으며 돌파구를 마련했던 허 재의 모습이 기아 관계자들의 눈에 삼삼할 따름이다.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없고,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허 재를 애타게 찾는 기아 최상철 단장의 심정이 600년전 고려의 유신 길 재의 마음과 다를 게 없다.
[류성옥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