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숭용] 날마다 맹타 '진정한 간판은 바로 나'

기사입력 1999년 04월 16일 14시 29분


만일 이숭용(28)마저 없었다면….
요즘 현대엔 '여고괴담'이 아니라 '숭용괴담'이 떠돌아 다닌다.
주포 박재홍의 극심한 슬럼프, 톱타자 전준호의 널뛰기 타격, 4번 피어슨의 마구잡이 스윙.
이숭용마저 덩달아 헛방망이질을 일삼았다면, 상상도 하기싫은 가정이다.
그만큼 이숭용의 값어치가 돋보인다는 반증이다.
주자가 있으면 영락없이 적시타가 터져 나오고, 선두타자로 나가면 어김없이 살아나가 찬스를 만든다.
지난 15일 인천 LG전서도 이숭용은 3타수 3안타 1타점의 맹활약을 펼쳤다.
타격 3위(0.444), 최다안타 공동 1위(16개), 홈런 6위(3개).
출루율은 5위(0.500)이고, 장타율은 7위(0.722)다.
여기에 지난해 9월27일 잠실 LG전 이후 14경기 연속안타 행진중이다.
이쯤되면 현대의 간판타자는 이숭용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듯 싶다.
사실 이숭용에겐 가슴깊이 맺힌 '한'이 있다.
지난 96년 박재홍이 입단하면서 붙은 만년 '2인자'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 때문이다.
김재박감독의 지시마저 뿌리치고 장타 일변도의 타격을 고집했던 것도 2년 후배 박재홍에게 지기 싫은 까닭이었다.
하지만 올시즌을 앞두고 이숭용은 스스로 변신을 시도했다. 타격 준비자세에서 방망이를 어깨아래로 내린 것.
파괴력 보다도 일단 정확하게 공을 맞히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놀랍게도 그뒤로 이숭용의 방망이는 춤을 췄다.
"순간 대응능력이 좋아진 것 같아요. 공을 좀더 볼 수도 있구요."
비록 시즌초반이지만 이숭용은 야무진 꿈을 품기 시작했다.
올해야말로 개인타이틀 하나는 꼭 따내야 겠다는 포부다.
지금으로선 최다안타를 노려봄직하다.
[김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