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리] 타악기 연주자 , 20년만에 첫 개인무대
기사입력 1999년 04월 15일 15시 36분
타악기 연주자 최소리. 그는 세상을 두드려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낸다. 나무토막, 쇠붙이, 종이까지도 그의 손이 닿으면 훌륭한 악기가 된다.
90년대 초 그는 록밴드 `백두산'의 드러머였다. 92년 `사람의 마음을 속이는' 기계음에 지쳐 강원도 산골로 불현듯 여행을 떠났다. 잘때만 빼놓고는 쉴새 없이 두드렸다. 그리고 얻은 결론.
"이 우주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엔 소리가 있습니다. 오감이 열리고 마음까지 움직이면 그 소리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16∼18일 20년 소리 인생에서 첫 개인 무대(서울 호암아트홀). 그만의 악기와 연주법이 공개된다.
팀파니, 드럼, 북 등 `평범한' 타악기들, `소리금Ⅱ' 등 그가 직접 만든 악기들이 모두 무대에 오른다.
기타를 개량한 `소리금 Ⅱ'는 6년여 세월동안 공을 들인 것이다. 대나무 스틱도 수천여개의 대나무를 일일이 두드려보고 만들었다.
그는 이 여덟개의 스틱을 양손가락에 끼워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동시에 여러 악기를 다른 박자로 두드리기도, 스틱끼리 부딪혀 소리를 내기도 한다.
특별히 길지도 않은 손가락을 이렇게 단련시키기 위해선 `주리를 트는 듯한 아픔'을 참아가며 연습을 했다. 그리고 세상의 먼지가 잔뜩 묻어있는 마음을 닦아가며 곡들을 만들었다.
그렇게 탄생한 `번민'은 가죽, 나무, 줄을 두드려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욕망과 공허함을 표현한 곡. `히로시마의 기억'은 드럼의 일종인 라지탐의 가죽을 발로 눌러 폭격소리와 전투기소리를 재현하는 작품이다.
색소폰주자 서정근, 재즈피아니스트 박민선, 현대무용가 지혜명, 사물놀이패 `몰개' 등 10여명이 함께 무대에 선다. (02)548－4480
[전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