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한국 통나무 학교-내집은 내손으로
기사입력 1999년 04월 15일 15시 36분
◇`내가 커서 아빠처럼 어른이 되면/
우리집은 내손으로 지을 거에요/
울도 담도 쌓지 않은 그림같은 집…'
그림같은 내 집을 직접 짓겠다는 어린 시절의 꿈을 이뤄보려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있다.
치악산이 건너다 보이는 강원도 횡성군 강림면 월현리의 한국통나무학교(교장 김병천).
아름드리 통나무를 깎고 다듬어 쌓아올린 튼실한 통나무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전원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이곳은 말그대로 통나무집 짓는 기술을 가르쳐주는 학교다.
통나무집은 방음, 보온이 뛰어난데다 습도 조절 능력까지 있는, 살아 숨쉬는 집으로 전원주택을 지으려는 사람들에게는 `드림 하우스'.
지름 30㎝의 통나무로 만든 벽체는 방음과 보온성이 두께 1m60의 콘크리트벽과 맞먹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전원생활을 동경하는 사람들은 일단 이곳을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강의실, 수강생숙소, 식당 등 건물은 물론 공중전화박스, 야외 피크닉 테이블, 사우나실 등 어느것 하나 통나무로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 없다.
심지어 개(犬)집과 가로등 갓, 화장실, 우체통까지 `무늬만 나무가 아닌' 진짜 나무.
실습장 앞으로는 차고 맑은 개울이 흘러 학교라기보다 휴양지에 가까운 풍경이다.
지난 94년 국내 첫 통나무 건축기술 교육기관으로 개교한 한국통나무학교에서는 5년째 고집스럽게 `수제 통나무집(hdnd-made log house) 건축술만을 가르치고있다.
건국대 산악부 출신의 산악인이기도한 김병천 교장은 일본 로그스쿨에서 공부한 국내 최고의 로그 빌더(통나무집 건축가).
로그스쿨 졸업 후 일본에서도 실력이 뛰어나 `외인부대'로 통하는 건축팀에서 풍부한 현장 경험을 쌓았다.
사용하는 공구는 끌, 대패 도끼 등 손으로 다루는 것 위주.
기계라고는 홈을 파거나 자를 때 쓰는 엔진톱과 나무를 들어 올리는 기중기 정도다.
초급 과정은 나무껍질 벗기기부터 벽체 쌓기, 테이블 등 소품 제작 기술을 배우며 중급에서는 골조 세우기와 지붕 올리기를 배운다.
교육은 각각 4박5일씩 실시되며 수강료는 40만원.
프로과정은 직접 집을 지을 수 있는 기술을 가르치는 전문과정으로 수강료는 130만원.
3주의 교육을 받고 현장실습을 몇차례 거치면 자신이 직접 주도해 집 한채를 완성시킬 실력을 갖게된다.
수강생은 대부분 자신만의 독특한 전원주택을 직접 지으려는 사람들로 프로과정을 마친 졸업생들끼리 동아리를 만들어 서로의 집을 품앗이로 지어주기도한다.
한국통나무학교 (0372)342-9596
◇한국통나무학교의 교칙은 조금은 엄격한 편이다.
교육기간동안 외출이나 외박을 할 수 없다.
술을 마시는 것도 금지된다.
워낙 깊은 산골인 탓에 핸드폰 통화도 불가능해 교육기간중에는 앞마당에 마련된 착신가능 공중전화가 외부세계와 연결되는 유일한 끈이다.
팀웍이 중요한 통나무집 건축의 특성상 식사는 조별로 직접 만들어 먹는다.
같이 요리를 하고 나눠먹는 과정에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하려는 배려다.
가장 강조되는 부분은 환경 보호.
주천강 상류 1급수가 흐르는 이곳에 더러운 물을 흘릴 수 없다는 김교장의 지론에 따라 식사후 설겆이때 식기세척제를 쓰는 것은 물론 샴푸 사용도 안된다.
그러나 이외의 부분은 수강생의 개성이 100% 존중된다.
그래선지 수강생중에는 꽁지머리에 선그라스를 끼고, 구멍난 청바지를 입은 `기인풍'의 사람들도 많다.
김병천 교장은 "수공식 통나무집 건축은 노동이라기보다는 짓는 과정을 즐기는 레저"라며 "나무 다루는 맛을 한번 들이면 누구나 매료될 것"이라고 말한다.
[송철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