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소설] 운명 (4)
기사입력 1999년 04월 15일 14시 22분
`딩동-딩동-'.
"소용없어. 너는 쓰레기야！ 니가 감히 나를 이용해? 너 같은건 죽어도 싸！ 두번 죽어도 싸다구！"
`딩동- 딩딩동-'.
그녀가 흠칫 놀라고 있다.
구원자가 나타난 것인가?
나는 이제 살아날 것인가?
하느님, 제… 발！
"무슨 일이야?"
걸걸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아！ 현장 감독의 목소리다！
"사… 려… 주…."
나는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바람 빠지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 사람이, 감독이 부엌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그녀를 나무라듯 말했다.
"뭐 하는 거야！"
그의 손이 나의 발 쪽으로 갔다.
그가 내 발을 묶고 있는 끈에 손을 가져갔다.
나는 살았다！
내 발은 풀려날 것이고, 나는 병원으로 가게 될 것이다.
그럴 것….
"아악！"
그가… 내가 믿었던 그 사람이 나의 발목을, 그녀보다도 더 세게 묶고 있다.
그녀를 혼 낸 이유는 바로 너무 성의없이 묶었다는 것.
그도 한패였다.
나의 눈에선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이제는 말할 기운도 없다.
손끝이 점점 차가워져 간다.
"이 새끼… 이번엔 확실하게 죽여버려. 지난번처럼 그랬다가는 우린 둘 다 끝장이야."
"네에… 아버지."
헉！ 아버지? 아버지라고?
그랬구나. 그랬구나…！
나는 그녀의 얼굴을 천천히 뜯어보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 여자에게 내가 잘못한 것이 뭘까. 죽기전에 용서를 빌리라.
"나쁜 놈아！ 뭘 보는 거야? 그래！ 잘 봐둬. 이젠 더 볼 일도 없으니까！ 니가 버린 이 바보 같은 여자의 얼굴을 실컷 보란 말야. 으흐흐흑…."
"나… 안…."
난 아무 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었다.
내가 뭘 잘못했던지 간에 다 용서를 빌겠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니긴 뭐가 아냐！ 그래. 넌 역시 끝까지 니 잘못을 인정하지 않겠지. 진작 아버지의 말씀을 들었어야 했어. 니가 날 죽이려 했다는 걸 내가 몰랐을 땐 말야. 나도 니가 좋았어！ 하지만 이젠 아냐！ 그래…, 내 배를 쳐다보고 있구나? 뭘 그렇게 놀라지? 내가 니 아이를 죽인 것이 그렇게 슬프니? 어차피 태어나 봤자, 아비 없이 클 자식이잖아！ 그래！ 넌 내 인생을 망쳤어. 넌 죽어야 돼！"
그녀는 그렇게 울부짖었다.
나의 몸을 이불로 동여매면서…, 계속 울부짖었다.
나는 이제 내 꿈속의 상황처럼, 3개월 전 그때처럼 이불에 갇혀 있다.
이제 나를 버리러 가겠지. 하천, 강, 바다… 어디든지, … 고기밥이 되겠지. 이제… 곧….＜이번 회 끝＞
글·이춘영(Cece)/하이텔/악몽따라&무진교(go sg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