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칼럼]전여옥-일본 아시아의 시골되려나
기사입력 1999년 04월 15일 14시 19분
일본의 미래는?
일본 사람들은 자못 비관적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이제 아무도 일본을 들러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한때 일본이 잘 나갈 때 `저팬 배싱(일본 두드리기)'이 이제는 `저팬 패싱(일본 지나치기)'로 가고 있다는 위기의식이다.
아닌게 아니라 최근 보잉사가 개발한 비행기는 항공거리가 1400㎞로 뉴욕에서 홍콩사이를 맞춘 거리이다.
또 보잉 777－400은 항공 거리가 1600㎞로 뉴욕에서 자카르타를 운항하는 거리이다. 왜 이런 비행기를 개발했을까.
일본을 들르지 않기 위해서이다.
적어도 20년전까지만 해도 세계비행기 회사들의 과제는 일본 공항에 반드시 들어오는 여객기를 개발하는 것이 지상과제였다.
소음제한이 까다로운 일본을 의식해 `조용한 비행기'를 개발하려고 엔진개발에 안간힘을 @을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아예 일본은 거치지 않는 비행기, 일본은 들르지 않고 홍콩이니 자카르타로 직접 갈 수 있는 비행기를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일본은 거치면 돈이 엄청나게 들기 때문이다.
돈 뿐이 아니다.
항공기를 이착륙시키는데 온갖 규제가 산더미같아 번거롭고 골치아픈 일본 공항을 아예 제껴버리자고 마음을 먹은 것이다.
게다가 오늘의 일본은 어제의 그 돈이 마구 돌아다니던 잘나가는 일본이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배사정도 나쁘다.
일본까지 오는 운항비 보다도 어쩌다 불가피하게 컨테이너를 하룻밤 재우던지 할 때는 이른바 물류비용이 컨테이너 하나에 수백만엔이 되니 기절할 노릇이다.
그래서 숙박(?)이 불가피한 유럽, 미국, 중동에서 온 화물을 실은 선박들은 되도록 일본에 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 보다는 짐부리기도 가깝고 수월한 홍콩이나 카오슝, 부산, 샹하이로 간다고 한다.
일본의 위기는 바로 이런 것이다.
손님들이, 이웃들이 일본을 멀리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 국내에서는 이러다가는 일본이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아시아의 시골이 되는 것이 아니냐고 한걱정하고 있다.
결국 일본이 이제까지 해온 것에 대한 대접을 받는 셈이다.
게다가 가뜩이나 풀리지 않는 경제와 더불어 우익계 인사 이시하라를 도쿄도지사로 뽑는 일본인의 해답을 보면 아무래도 일본의 앞날은 `별하나 없는 암흑의 중세기'로 후퇴하는 듯 하다.[일본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