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라운지] 신선우감독의 이유있는 여유
기사입력 1999년 04월 15일 14시 10분
현대와 기아의 챔피언결정전 1차전이 열리기 전날인 지난 9일 대전 충무체육관.
슈팅 훈련을 끝내고 체육관을 나서려던 현대 선수들은 자기들의 귀를 의심했다.
갑자기 신선우 감독이 "하프라인에서 볼을 던져 3점슛을 성공하는 사람에게 10만원을 주겠다"는 내기를 제안한 것.
평소 신감독의 냉정하면서도 불같은 성격을 잘 아는 선수들은 모두 `이게 무슨 일이냐'는 표정들.
맥도웰은 두 눈을 껌벅이며 감독의 눈치를 살폈고 주장 유도훈도 놀라기는 마찬가지.
선수들이 하나씩 하프라인에 섰다. 볼은 계속 림을 때리고 튕겨나왔다. 이상민도 실패.
7번째쯤 던졌을까. 구본근의 볼이 바스켓으로 쏙 들어갔다.
3점슛이 능한 센터 존스가 장난스레 "나는 던져보지도 못했다"며 투덜대 기회를 줬지만 끝내 불발됐다.
결전의 날을 앞두고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던 선수들은 신감독의 `계산된 내기'덕에 한바탕 웃을수 있었다.
3차전이 열리기 전날인 지난 12일 부산 사직체육관에도 3점슛 내기의 여운이 이어졌다.
김재훈이 3점슛을 먼저 쏘고는 맥도웰의 이마에 꿀밤을 한대 먹였다.
신감독은 챔피언결정전에서 선수들보다 더 눈에 띄었다.
지난시즌과 달리 시종 얼굴에 웃음을 달고 다닌 것.
조성원의 슛이 안들어갈땐 어깨를 감싼채 작전을 지시한뒤 엉덩이를 툭 쳐줬다.
"1년에 한번뿐인 챔프전을 축제 분위기로 만들고 싶다"는 신감독의 `여유'는 선수들이 위기상황에서도 흔들리고 않고 침착한 경기를 펼쳐 역전승을 끌어내는 원동력이 됐다.
[김미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