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스미스 삭발' 투혼일까 반항일까
기사입력 1999년 04월 15일 14시 10분
반항일까, 투혼일까.
삼성 외국인 타자 스미스（30）가 수도승처럼 금발머리를 박박 밀었다.
평소 이발용 전기 커트기를 가지고 다니는 외국인 선수 빌리홀은 지난 13일 서울 원정숙소인 올림픽파크텔에 들어서기 무섭게 한방을 쓰는 스미스로부터 "이발을 하는데 도와달라"는 `단호한 부탁'을 들었다.
전기 커트기가 앞머리에서 뒷머리까지 몇차례 왔다갔다하자 스미스의 머리는 이내 민둥산으로 변했다.
스미스의 머리는 금세 선수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머리를 박박 민다는 것은 반항의 또다른 표현이기 때문.
실제 스미스는 선발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경기가 잦아지면서 서정환감독과의 면담을 신청하는 등 벤치에 대한 원망을 감추지 않았었다.
속사정을 아는 선수들로서는 스미스가 서감독에게 항의하는 것으로 여긴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진짜 사연은 그 반대였다. 심기일전, 새출발을 다짐하는 자기반성의 표현이었던 것.
그날 밤 서감독에게도 "심려를 끼져 죄송하다"며 정중히 사과를 했다.
선발엔트리에서 제외된 뒤 5경기만인 지난 11일 해태와의 대구 더블헤더 2차전에 선발 7번 지명타자로 내보내준데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타격부진, 선발제외 등 갖은 마음고생을 하면서 말수가 줄어들었던 스미스.
스스로도 박박 민 머리가 어색하지만 동료들과 마주칠 때마다 반짝이는 머리를 보여주고 있다.
이 또한 자기와의 약속을 잊지 않기 위한 몸부림인 것은 두말할 나위없다.
[권정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