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 'Y2K'로 5억입금 된다면 '모르는척 쓴다'
기사입력 1999년 04월 15일 14시 10분
요즘 대학생의 49.2％는 `모른척하고 쓰겠다'고 응답했다.
국민대학교 학보가 지령 700호（4월 12일자）를 맞아 507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Y2K문제에 관한 가상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49.2％가 `모른척하고 쓰겠다'고 응답했다.
또 28.5％의 학생은 `반은 사회에 환원, 반은 자신이 쓰겠다'고 답변했고, `은행에 돌려주겠다'는 `순진한'학생은 10.4％에 불과했다.
한편 보험회사의 전산 착오로 자신이 사망처리 돼 보험금 5억원이 지급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는 설문에는 37.8％가 앞으로의 일이 걱정되지만 일단 받아 쓰겠다, 52.2％가 받아 쓸 수 없다고 응답했다.
특히 잘못 지급된 사망 보험료를 `받아 쓰겠다'는 응답자 중에는 `받아 쓴 뒤 출생신고를 다시 하겠다', `보험회사에 정신적 피해보상을 요청 보상금을 받아 쓰겠다'에서부터 `내 한몸 희생해서 집안을 살릴수 있다면'이라는 투철한 가족 사랑을 과시하는 학생까지 나왔다.
또 북한의 미사일이 Y2K문제로 오발된다면 목표는 국회의사당이 됐으면 좋겠다는 응답자가 46.7％로 가장 높게 나타나 대학생들의 정치권 불신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다음 목표로는 재벌（12.3％）이 꼽혔다.
반면 우리 미사일이 오발된다면 `일본으로 향했으면 좋겠다'（44.4％）는 응답자가 가장 많아 최근 어업 협정으로 격해진 반일 감정이 그대로 반영됐다.
그 다음 타깃은 미국（26.1％）, 북한（8.9％） 순으로 나타났다.
Y2K로 대혼란이 야기된다면 `안해본 일을 하겠다'는 응답자가 37.8％로 `동요하지 않고 집에 있겠다'（25.5％）보다 많았다. `대혼란을 이용해 한몫잡겠다'는 학생도 21％나 됐으며, 종교단체나 기도를 하겠다는 응답자도 다수 나왔다.
Y2K 문제가 이전에 발생해 지금의 역사를 새로 쓸 수 있다고 한다면 언제였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는 `한일합방이 공포된 1910년 8월 29일'이라고 응답한 학생들이 33.3％로 가장 많았으며, `1950년 6월 25일'이 22.9％로 두번째로 많았다.
또 자신이 태어난 이후의 역사를 모두 바꿨으면 좋겠다는 응답자도 16.7％, IMF국치일인 1997년 12월 3일이라고 응답한 학생도 12.2％나 됐다.
국민대 학생들은 또 `학교 전산망에 문제가 생겨 무언가 개선시킬수 있다면'이란 물음엔 압도적으로 `성적표'（31.3％）를 고치겠다고 답변해 눈길을 끌었다.
[임태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