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왕초'] 기발한 캐릭터와 개성연기로 인기 만점
기사입력 1999년 04월 15일 14시 10분
TV에 웬, 멸치 앵무새 너구리 하마 까마귀 날파리 사마귀 ….
`자연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등장 인물이다. 여기다, 왕초 김빠에 발가락 쌍칼 맨발 도끼 등.
바로 MBC TV 특별기획 24부작 `왕초'의 캐릭터들.
`거지'란 등장인물 때문에 거부감을 줄 우려를 이들 `발랄한 캐릭터'들이 개성열연으로 불식시키며 인기를 더하고 있다.
드라마의 리더인 왕초(김춘삼)의 별명도 원래 멸치. 주먹은 누구도 당할 자가 없지만, 몸이 말라빠져 상경초기 거지시절까지 멸치로 불렸었다.
`졸개'들의 면면이 더욱 감초처럼 빛난다. 마치 영화 `올리버'의 거지악동이나 `스팅'의 매력적인 사기꾼을 연상시키는 것.
극중 실제 인물은 쌍칼과 맨발 정도. 나머지는 대부분 작가의 상상력이 탄생시킨 `허구의 인물들'이다.
쌍칼(박준규)은 김두한의 종로주먹 선배로 김두한을 스카우트한 장본인. 나중 김두한과 맞싸움을 벌이다 진뒤, 깨끗이 패배를 인정하고 퇴물건달로 남는다.
`맨발'(윤태영)은 당시 두명이 있었다고. 영화로도 만들어진 `평양맨발'은 맨발로 뛰면 발이 안보일 정도로 빨랐고, 또 다른 `맨발'은 구두를 신고 차면 사람이 죽어, `할수없이' 맨발로 싸웠다는 일화로 생긴 별명.
`발가락'은 원래 보스 아래 어깨급중 한명에 불과했으나, 허준호가 의안까지 자청하며 의욕을 보여 왕초의 라이벌로 비중이 커졌다.
까마귀(이혜영)는 거지시절 여자 한명이 있었다는 김춘삼씨의 기억을 바탕으로 멜로를 창조한 것이며, 나머지는 작가의 작명과 이에 맞춘 연출자의 캐스팅에 의한 얼굴들.
앵무새(김세준)는 말많고 까부는 베테랑거지이며, 너구리(최종환)는 야비하면서 끈질기고, 하마(박상면)는 까마귀를 사랑하는 우직하고 힘센 거한. 또 날파리(홍경인)는 촐랑거리고 작지만 기지가 넘친다.
이밖에 도끼(윤용현)는 한때 발가락 위였다가 호되게 당한뒤 수하로 들어간 아픈 과거가 있고, 그 밑 사마귀(정신우)는 꺼벙한 복종파로 발가락 패거리의 악랄함을 완충시키는 역할.
책임프로듀서인 신호균PD는 "거지가 등장해 혐오감을 줄 우려가 있기때문에 등장인물의 분장 의상 등에 신경을 썼다"며 "당시 거지주먹세계의 사실을 밝히자는게 아니라, 배고팠던 시절을 거지 깡패들의 활극을 통해 향수를 불러 일으키게 하자는 의도"라고 말한다.
[이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