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칼럼]서세원-웃음의 복병이 되자
기사입력 1999년 04월 14일 14시 51분
유머가 많은 사람을 가만히 보면, 주변의 하찮은 것까지도 자세히 관찰한다.
하지만 유머있는 사람이 보통 사람과 다른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생활 속의 즐거움'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마인드 콘트롤이 뭐 그리 대단한 것인가.
사물과 사람을 보는 눈을 즐겁게 하려는 마음만 가지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생활 속의 의외의 복병을 찾아내는 것은 큰 기쁨이 된다.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에게서 듣는 유머는 그 어느 것 보다도 신선하다.
게다가 그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이 배어있는 생활 속의 유머라면 더욱 그렇다.
내가 진행하고 있는 `서세원 쇼' 2부에선 스타들의 재치와 입담을 겨루는 `토크박스'라는 코너가 있다.
특히 개그맨들에겐 자존심의 무대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토크박스' 왕중왕의 자리는 보통 의외의 복병에게 돌아간다.
클론의 구준엽은 토크박스에 홈런을 날렸다.
그가 군대에서 쫄병들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키득거리자, 그 고참은 내무반에 집합을 시키더니 몽둥이를 들고 떨고 있는 쫄병들에게 이렇게 말하더란다.
"무듭꾸더!"
어리숙해 보이기만 하던 구준엽의 한마디에 우린 모두 배꼽찾아 삼만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곤 이미 약해져 있는 시청자들에게 구준엽은 또 한번의 홈런을 치고 만다.
귀 뚫는 걸 생각해서 바늘로 코를 뚫고 있었는데 만만치 않더란다.
귓볼에 비해 콧볼은 꽤 두껍고 살성이 쫀쫀하기까지 해서, 뚫기도 쉽지 않고 도로 뺄 수도 없었다고 한다.
쫀쫀한 콧살이 바늘을 꽉 물고 안놔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3시간의 사투 끝에 코를 뚫었지만, 코를 풀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다시 메워버렸단다.
이젠 그를 보면 즐겁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신선한 유머도 기대된다.
의외의 복병 때문에 한바탕 웃을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인상을 찌푸려서 양미간에 생긴 주름살은 흉하지만, 많이 웃어서 입가에 생긴 주름살은 왠지 정겹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우리도 그렇게 신선한 웃음을 선사할 수 있는 의외의 복병이 돼 보는 건 어떨까!
[방송M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