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무림세계 신세대 영웅이 뜬다
기사입력 1999년 04월 14일 14시 51분
'용비불패'vs'열혈강호.'
두 편의 무협만화가 진검승부를 펼치고 있다. 강호의 세계가 그러하듯, '지존'은 오직 하나. 무림고수간 목숨 건 대결만큼 불꽃 튀긴다. 물론 선의의 인기경쟁이다.
문정후의 '용비불패'는 '부킹', 양재현의 '열혈강호'는 '영챔프'에 연재 중. 무협만화의 양대산맥으로 군림하며, 신세대 필독서로 자리잡았다. 무협물의 르네상스를 이끌고 있다. 특히 신세대 사이에서 인기 '짱'이다. 통신에선 주인공을 둘러싼 논쟁까지 벌어진다.
연재 시작은 '열혈강호'가 선배. 지난 94년 5월부터 선보였다. 17권까지 나온 상태. 권당 10만권 이상 팔렸다. 96년 첫선을 보인 '용비불패' 역시 만만치 않다. 최근 10권을 출간했다. 소문만 듣고, 예약신청만 6만부가 쇄도했을 정도다.
두 작품 모두 대만 태국 등 동남아에도 진출, 현지에서도 인기가 높다.
신세대들은 왜 이들 무협만화에 열광할까. 무엇보다 주인공인 '용비불패'의 용비, '열혈강호'의 한비광의 열혈팬이 됐을까.
우선 그들은 신세대 사고방식을 대변한다. 선과 악의 이분법적 대결구도를 탈피했다. 오히려 선과 악이 공존하는 신세대형 무림영웅이다. 무협만화 주인공에 대한 고정관념을 확 바꿨다.
용비는 돈이라면 물불 안가리는 떠돌이 현상금 사냥꾼. 돈만 보이면, 최고수의 실력을 발휘한다. 독자들은 그가 정파인지, 사파인지 헷갈린다.
사파 지존의 손자인 한비광은 지독한 호색한이다. 그의 관심사는 오로지 멋진 여인과의 환상적인 사랑 뿐. 무림의 영광 따위에는 티끌만큼의 관심도 없다.
코믹한 장면을 가미한 것도 신세대 입맛에 딱 맞는다.
한비광을 보자. 그는 적에게 쫓기다 궁지에 몰리면 순식간에 돌변, '아이고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하고 빈다. 그림도 동네 개구쟁이 모습으로 변한다. 독자들에게 '흥, 무림고수도 별 수 없군. 나와 똑같아'하는 인식을 심어준다.
캐릭터는 비슷하지만, 그림체는 다르다. '용비불패'가 사실적이고 힘 있는 묘사로 호평받고 있다면, '열혈강호'는 깔끔하고 다양한 화면구성이 돋보인다.
단점도 없지 않다. '용비불패'는 여성 캐릭터가 약하고, '열혈강호'는 일본만화를 연상시킨다.
[임정식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