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수첩] 나고야는 지금 '날마다 축제'
기사입력 1999년 04월 14일 12시 41분
일본 세번째 도시인 나고야가 온통 들떠있다.
택시기사, 공사장 인부, 교복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여고생 등 둘만 모였다 하면 야구얘기다.
변두리 식당에라도 들어가 주니치 얘기만 꺼내면 종업원이고, 주인이고 할것없이 맞장구를 치며 공짜밥이라도 줄 양으로 달려든다.
주니치는 올들어 창단이래 최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야구 나라' 일본언론들은 주니치가 지난 13일 야쿠르트를 깨고 개막 8연승으로 센트럴리그 신기록을 세우자 일제히 `쾌거'라며 대서특필하고 있다.
지난 88년 이후 11년만의 리그 우승을 넘어 어떤 신화를 남길지에 대해 벌써부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즌 초반 `찻잔속 돌풍'이 아니라는게 야구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올시즌 주니치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데이터 야구'다.
경기마다 1명씩 모두 5명의 기록원들이 번갈아 덕아웃에 들어가 선수들에게 치밀하게 정보를 제공한다.
결정적인 찬스때면 타자들에겐 투수들의 볼배합, 투수들에겐 타자들의 특징을 알려준다.
양리그 12개팀 통틀어 정보활용을 최고로 잘하고 있다는 평가다.
일본언론들은 이를 두고 통계야구의 대명사인 한신의 노무라 감독에 빗대어 호시노 감독의 `신 ID 야구'라고 말하기도 한다.
작년 꼴찌였던 방망이가 8경기서 팀타율 3할3푼으로 폭발한 것도 이런 이유다.
작년 퍼시픽리그 다승 공동 1위를 차지한뒤 프리에이전트 자격으로 입단한 다케다와 이상훈이 가세한 마운드는 팀방어율 1점대로 철벽을 쌓고 있다.
명투수 출신의 야마다 신임코치의 지도를 받아 한층 견고해진 마운드는 주니치 사상 최고라는 평가가 무색하지 않다.
여기에 선수들의 의욕이 팀전력에 기름을 붓고 있다.
8경기를 치르면서 다혈질인 호시노 감독이 선수들의 나태한 플레이로 화를 낸적이 한번도 없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최고의 해를 맞은 주니치, 매일 매일을 야구축제속에 지내는 나고야.
그 한가운데 `한국 3총사'가 우뚝 서 있다는 게 가슴 뿌듯하다.
[양정석 나고야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