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라운지] 최악의 생일맞은 정인교
기사입력 1999년 04월 14일 12시 41분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다.'
13일 밤 부산시 동구 범일동의 C호텔 908호.
포장도 뜯지 않은 케이크 한 상자가 탁자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이 방의 주인은 현대와의 챔피언결정전을 위해 부산에 내려온 기아 정인교（29）.
이날 생일을 맞은 정인교는 한 소녀팬으로부터 이 케이크를 선물받았다.
하지만 촛불을 밝히고 축가라도 부를 기분이 영 아니었다.
초라해진 자신의 신세가 더욱 서글펐기 때문이다.
정인교의 생일은 공교롭게도 3차전과 겹쳤다.
정규리그 후반부에 들면서부터 뛸 때보다 벤치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았던 정인교.
그래서 `연봉 1억2700만원 짜리 최고액 후보'라는 자괴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챔피언결정전서도 그의 역할은 미미했지만 `귀빠진 날'에 치르는 게임이라 내심 각오를 다졌다.
한풀이라도 하듯 그동안 못 펼친 기량을 마음껏 펴보리라 굳게 다짐했다.
그런 기대는 점프볼과 함께 이내 다시 좌절감으로 바뀌었다.
3쿼터까지 줄곧 벤치만 덥히다가 팀이 16점차로 뒤진 4쿼터 후반부 교체멤버로 겨우 코트에 나섰다.
그야말로 `패전 처리용'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어깨를 축 늘어뜨린 정인교는 서울에 있는 아내 박진희씨와의 전화 통화로 울적한 심정을 달랬다.
"언젠가는 좋은 날도 오겠죠."
애써 자위하는 정인교에게 29번째 생일은 정말 잊고 싶은 하루로 기억될 것 같다.
[부산＝김종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