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출동] 버려진 생명 보듬는 애완동물의 대모
기사입력 1999년 04월 14일 12시 41분
`무의탁' 애완 동물 16마리를 데려다 자식처럼 키우는 주부 김형숙씨（47·서울 강동구 고덕동）는 이웃들로부터 `데레사 수녀'로 통한다.
김씨는 IMF로 내버려진 병든 애완견 6마리와 아파트단지의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가출'고양이들을 집으로 데려와 정성껏 치료해주고 먹여주고 있다.
30평 남짓한 김씨의 아파트 거실은 `동물 구호소' 같다.
한쪽 다리를 못쓰는 잡종견 `팔팔이', 너무 굶어 잘 자라지 않는 개 `만돌이', 미혼모 고양이 `까미' 등이 코소보 피난민들처럼 수용돼 있다.
"어느 날 길을 가는데 저를 애처럽게 쳐다보는 아사 직전의 개를 그냥 두고 올 수 없었어요".
3년전 우연히 `잡종견' 한마리를 집으로 데려와 정성껏 치료하고 먹여준 것이 그녀의 동물 사랑의 시작이었다.
`팔팔이'는 올림픽도로를 차를 몰고 달리다 눈에 띄었다. 반대편 차선 갓길에 절뚝거리며 서 있는 그 개를 보고 김씨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김씨는 결국 차를 U턴시킨 다음 간신히 개를 붙잡아 차에 태웠다.
그녀는 특히 아파트단지를 헤매는 고양이들을 많이 집에 데려왔다. 고양이들이 쓰레기통을 뒤지며 질병을 옮기는 등 주민들에게 해를 끼치기 때문이었다.
버려진 개와 고양이를 데려오는 과정에서 어떨 땐 개가 짖어대 엉뚱한 오해를 받기도 했고, 앙칼진 고양이의 발톱에 물려 바지가 찢기고 상처를 입기도 했다.
그때부터 한마리씩 늘어난 `자식'들과의 만남을 김씨는 `운명'으로 받아들인다.
김씨가 버려진 애완 동물들을 데려다 키운다는 소문이 나면서 아예 그녀의 집 앞에 키우던 개를 `버리고 가는' 사람들도 생겼다.
먹이와 치료비로만 한달 평균 20만원 정도 들어갔다.
대학에 다니는 아들은 "왜 동네 개와 고양이는 다 데려와 키워야 하느냐" 투정을 부렸고, 남편인 유근중씨（53·한미은행 부장）도 한개와 고양이털이 날리는 집안 분위기에 심기가 불편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다행히 가족들이 "정든 놈들을 어떻게 바깥으로 내몰겠느냐" 마음을 바꿨다.
"배가 고파도 새끼에게 먹이를 먼저 먹이는 모습을 보면 `없으면 없는데로 나눠 먹어야 하는구나'는 생각이 들어요. 아무리 말못하는 동물이라도 그렇지, 자기가 좋아서 데려다 길러놓고 경제 상황이 나쁘다고 버릴 생각부터 해요?"
[임태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