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훈기관전평] 불과 '몇cm의 차이'가 승부 갈랐다
기사입력 1999년 04월 14일 01시 19분
`야구는 인치의 게임이다（Baseball is game of inches）.'라는 말이 미국 야구계에서는 자주 인용된다.
13일（한국시간） 박찬호의 두번째 선발경기는 그야말로 몇㎝ 차이로 승부가 갈린 경기였다.
1회초 다저스는 선두 영이 걸어나가 기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2루 도루에서 간발의 차이로 아웃되면서 명암이 갈리기 시작했다.
2번 화이트가 친 공은 담장을 넘어가는듯 했지만 다이아몬드백스의 우익수 워맥이 담장 위로 손을 뻗어 공을 낚아채고 말았다.
몇㎝만 높이 날아갔거나 워맥의 키가 몇㎝만 작았어도, 아니 점프가 몇㎝만 낮았어도 다저스는 리드를 잡을 수 있었다.
2회초 2사 1,2루서 박찬호가 친 공은 주자 일소 2루타성이었으나 끝까지 쫓아간 발빠른 중견수 핀리의 글러브 끝에 살짝 걸려 다시 기회는 무산됐다.
트레비스 리에게 만루홈런을 맞은 공도 낙차가 몇㎝만 더 컸어도 범타에 그쳤을 것이고, 타구 자체도 담장을 아슬아슬하게 넘어갔다.
이날의 결정적인 대목은 3회말 애리조나의 선두 타자였던 투수 앤디 베네스와의 대결.
박찬호가 베네스에게 던진 첫 3개의 공은 충분히 스트라이크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유난히 스트라이크존이 좁은 핼브룩 주심은 3개를 모두 볼로 선언했다.
결국 풀카운트 끝에 7개의 공을 던지고도 투수에게 4구를 내주자 불만의 기색이 역력했던 박찬호는 흔들리고 말았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야구가 어차피 `인치의 게임'인 이상 순간 상황에 연연해서 대세를 그르쳐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주심도 사람이고, 몇㎝ 차이로 불이익을 당한다면 반대로 도움이 되는 경우도 반드시 찾아온다.
상대투수를 걸어보낸다는 것이 기분 나쁘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항상 다음 타자를 잘 잡아내면 된다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 피닉스（미 애리조나주）＝민훈기 특파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