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칼럼]강우석-영화계 발전 문제는 '돈'
기사입력 1999년 04월 13일 15시 14분
연예계에선 `모 연기자와 모 매니저가 결별을 했다'는 소식이 심심치않게 들려오는데 그 원인을 파고들어가보면 돈문제일 때가 많다.
"신인일 때 아무 것도 모르고 불공정 계약을 했다" "힘들여서 키워놨더니 배반을 했다" "매니저 몰래 광고계약을 해서 돈을 가져갔다" "매니저가 나몰래 광고주에게서 돈을 가져갔다" 등등 뭐가 진실이고, 뭐가 거짓인지 한쪽 주장만 들어선 판단하기 어렵다.
돈은 인간관계에 심각한 흠집을 낼 정도로 큰 위력을 발휘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어쩔 수 없는 일일 지도 모른다.
흔히 어른들은 입버릇처럼 "동업은 하지말라"고 말씀 하신다.
`동업'이 어렵다는 것은 돈을 나눠갖는다는 게 얼마나 힘든 문제인 지를 지적한 것이다.
망해서 나눠가질 게 없을 때보다 성공해서 정말 분배를 할 것이 있을 때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들어 A와 B가 동업을 하면서 5대5란 조건으로 수익을 나누기로 했다고 하자.
계약서대로 반반씩 나누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주위에서 종종 그렇지 않은 경우를 본다.
`B가 한 일이 뭐있어. 나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성사시킨 일 아니야. 80%는 내가 먹어야 이치에 맞는거 아냐?'(A의 꿍꿍이 셈)
`A를 괜히 끌어들였잖아. 이렇게 누워서 떡먹기일줄 알았다면 나혼자 하는건데. 그랬다면 지금 도대체 얼마를 벌은거야.'(B의 꿍꿍이 속)
이렇게 동상이몽을 하고있는 A와 B에게 주위사람이 "맞아! 맞아!"라고 맞장구라도 친다면 한마디로 불난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영화계에도 분배의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나는 투자자와 제작자, 그리고 감독 등이 계약서대로만 분배를 잘해나갔다면 영화계가 지금보다 훨씬 더 발전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중의 하나다.
계약서를 쓰고나서도 `정말 돈을 번대로 보너스를 줄까'라며 일말의 의구심을 갖는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처럼 불신의 골이 깊어진 것은 약속대로 안하는 사례를 보아왔기 때문이다.
얼마전 나는 한 영화에 투자를 결정하면서 "경상비는 내가 대고, 수익분배는 6대4로 하자"고 제의했다가 상대방이 의외로 너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약간 당황한 적이 있다.
지금까지 나의 투자방식을 보면 매우 당연한 조건을 재확인한 것인데 상대는 그것을 오히려 신선하게 받아들인 모양이다.
영화계의 선진화를 위해서도 수익배분은 정확해야 한다.
`삥땅'과 `독식'이 없는 공정한 분배가 이루어져야 한다.
"마음을 비웠다" "돈 때문에 하는 게 아니다"며 말의 성찬을 늘어놓았다가 돈벌면 딴소리 하는 것보다 "수익은 얼마씩 나눠갖자"고 까놓고 말한 다음에 그대로 실천하는 게 더 옳은 일임은 두할말 필요가 없다. [영화 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