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영] 청승맞지만 해맑은 술집여자
기사입력 1999년 04월 13일 15시 14분
이리 저리 흘러다니다 룸살롱에서 호스티스 생활을 하게 됐다. 날건달 사내를 만나 동거한다. 사내는 늘 주먹질이다. 여자는 못나서인지 당하고만 산다.
5일 첫방영한 MBC 일일극 `하나 뿐인 당신'(극본 박정란, 연출 정운현)에서 이민영(23)이 맡은 은선이라는 여자의 얘기는 이렇게 청승맞다.
그러나 그 청승이 노상 구질구질한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오로지 이민영이라는 배우의 캐릭터가 갖고 있는 순수함과 해맑음에 빚지고 있다.
연출자도 그녀에게 신산함 대신 진흙 속 연꽃의 이미지를 만들어주려 하고 있다. 그러므로 시청자들은 이제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로부터 인간의 선함과 무구함을 봐야 한다.
이민영은 "은선은 새장 속에 갖힌 불쌍한 새"라고 말한다. 이 새는 만화나 빌려다보고, 그도 심심해지면 허공만 바라본다.
이 새를 구해주러 나타나는 사내는 재훈이란 이름을 달고 나타나는 유오성이다.
백마 탄 사내가 아니다. 지물포집 못난이 둘째 아들이다. 형의 대학공부를 위해 못난이는 가업을 잇기로 했다. 밝은 성격이지만 이따금 쓸쓸해 한다. 불쌍한 여자와 쓸쓸한 사내가 만나니 연애는 자동이다.
이제 작가가 쓸 대본은 뻔하다. 사내 있는 밤거리의 여자와 사랑을 하려는 남자의 얘기다. 보기에 안쓰러울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한번 더 선심을 쓴다. 작가는 며칠 뒤 여자의 남편이 사고로 죽게 만들 참이다.
이민영은 열아홉살 때 이미 술집여자 역을 해봤다. `여(女)'라는 드라마에서 그녀는 싸구려 선술집의 작부였다.
싯벌건 화장만 보여주면 됐던 그 드라마와 이번 드라마는 다르다. 이번엔 이른바 내면연기를 보여줘야 한다. 이게 이민영의 고민이고 기회다.
[이승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