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포드] '챔프전 승리 나의 재치에 달렸다'
기사입력 1999년 04월 13일 14시 12분
불과 1년전까지 "승부는 허 재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들 했다.
그러나 지난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현대에 덜미를 잡히고 유니폼을 바꿔입은 올시즌서 나래가 챔프전에 오르지 못하자 10년 동안 이어졌던 그 격언은 `약발'이 떨어졌다.
대신 그 자리에 윌리포드가 차고들어왔다.
"이제 승부는 윌리포드가 머리쓰기 나름."
솔직히 챔피언결정전 초반에 윌리포드가 보인 플레이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1,2차전서 경기당 평균 13.5득점에 8.5리바운드.
왼쪽 발목까지 절룩거리며 힘겹게 버티는 윌리포드의 모습은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탱크처럼 밀고 들어오는 현대 맥도웰에게 쉽게 골밑돌파를 허용하는 장면에선 그의 위력도 다한 것 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같은 윌리포드의 연약함이 `허허실실 전법'이란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포스트시즌서 보여준 윌리포드의 변화 중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대목이 바로 경기매너.
한번쯤 심판을 향해 삿대질을 하거나 불만을 터뜨릴만도 하건만 꾹 참았다.
괜히 심판의 눈밖에 나 벤치로 쫓겨나지 않겠다는 게 그의 속셈.
대신 우격다짐으로 덤비는 맥도웰의 파울을 지능적으로 유도해냈다.
1,2차전서 맥도웰이 승부가 갈리는 막판에 5반칙으로 물러난 것은 윌리포드의 잔꾀에 심판과 맥도웰이 놀아났기 때문.
또 맥도웰에게 줄 점수는 줘가면서 대신 동료들과의 협력플레이로 다른 현대 선수의 득점을 최소화한다는 것도 윌리포드의 계산이었다.
외국인 선수 중 가장 두뇌회전이 빠르다는 윌리포드가 머리쓰기에 따라 현대 벤치도 농락당할 가능성이 높다.
[류성옥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