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출동]사선 넘나 드는 '잔돌리기' 충격
기사입력 1999년 04월 13일 14시 12분
청소년들 사이에 죽음까지 부르는 술마시기 게임이 확산되고 있어 사회적인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청소년들이 끼리끼리 모여서 술을 마시는 것도 문제지만 상대방을 찍으면서까지 술을 강요, 죽음이나 성범죄를 일으키는 등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중-고교생 사이에서 `찌뽀찌뽀찌'게임으로 불리고 있는 이 술마시기 게임은 대학생 사이에서는 `먹고죽자' `간다간다 뿅!' `왕게임' 또는 `21게임' 등으로 통용되지만 게임방법은 비슷한 편.
요즘 유행하는 `찌뽀찌뽀찌' 게임은 술자리에 참석한 친구들끼리 서로 `가위 바위 보'를 한 뒤 점수를 합계해 그 점수에 해당하는 사람이 술을 마시는 것.
예를들면 가위는 3점, 바위는 2점, 보는 0점 등으로 미리 점수를 정해놓고 참석자들의 점수를 모두 합쳐서 짱（자리를 마련한 사람）으로부터 시계 방향（또는 반대방향）으로 숫자를 세 지목된 사람이 술을 다 마셔야한다.
게임 도중에 걸린 술래가 마음에 드는 상대를 찍어 `흑기사!'（남자） 또는 `흑장미!'（여자）하면 지목당한 사람이 술을 마셔주는 대신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을 술래가 해야한다. 이 대목에서 탈선하기 쉽다는 게 게임 참가자들의 말.
이 게임은 급기야 죽음까지 부르기도 한다.
술이 약한 사람이 계속 걸려서 술을 연거푸 마실 가능성이 있기 때문.
최근 모대학 동아리 신입생 환영식에서는 여대생（4년） 한 명이 소주를 연거푸 3잔 마신뒤 구토를 하다가 숨진 사건이 있었다. 이 여대생은 평소 심장병을 앓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술마시기 게임에선 `노（NO）털카' 원칙을 반드시 지킨다. 술을 마신 뒤 잔에 남은 술을 `털'어버리지도 말고, 쓴맛 때문에 나오는 카 하는 후속음도 내서는 안되는 것.
지난 22일 인천 동부경찰서는 10대 소녀를 집단성폭행 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로 최모군（17．고 1） 등 10대 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중순쯤 동구 화수동 최군 집에 놀러온 김모양（14）과 함께 `찌뽀찌뽀찌' 게임을 벌이다 술에 취한 김양을 차례로 성폭행한 혐의다.
이 게임을 하는 장소가 주로 여관이나 자취방이어서 청소년 성범죄를 부추기기도 한다.
서울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가정과 학교생활이 어렵다는 핑계로 목숨을 담보로 한 게임을 벌이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면서 "`폭탄주'를 마시는 어른들의 잘못된 술문화가 청소년들에게 그대로 전수되는 것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동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