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사회, 복권 등 다양한 이벤트 열려
기사입력 1999년 04월 13일 14시 12분
4월은 영화의 달?
전통적으로 4월은 극장가의 비수기. 연말연시와 설날 시즌이 끝나고 새학기가 시작되는 3월부터 4월까지는 일년 중 관객수가 가장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4월은 이변의 연속이다. 이른바 극장가의 라니냐 현상이다.
지난 3일부터 10일, 17일, 24일 등 매주 새롭게 선보이는 영화가 7∼8편에 이르고 있다. 이달 중 극장가에 선보였거나 선보일 영화는 총 28편. 거의 하루에 한편꼴의 새영화가 개봉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 3일 게리 마샬 감독의 로맨틱코미디 '사랑하고 싶은 그녀'를 비롯한 '바로워즈' '리턴 투 파라다이스' '패치 아담스' '질주' 등이 개봉됐으며, 10일에는 '가든 오브 에덴' '밤볼라' '이연걸의 히트맨' '플레전트 빌' 등이 개봉됐다.
17일은 가히 전쟁을 방불케 한다. SF테크노스릴러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제이미 리 커티스와 윌리엄 볼드윈, 도널드 서덜랜드 등 쟁쟁한 할리우드스타들이 출연한 '바이러스(사진)'를 비롯해 영국코미디영화 '웨이킹 네드' '수어싸이드 킹' '병 속의 편지' '인 드림스' '세가지 소망' '택시' '딥 라이징' '코드 제로' 등이 개봉될 예정이다. 여기에다 원래의 개봉 예정일보다 한주 앞당긴 에드워드 노튼 주연의 '아메리칸 히스토리 X'까지 가세, 무려 10편이 관객을 향한 유혹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
24일의 경쟁도 만만치 않다. 호러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주는 프랑스영화 '형사에겐 디저트가 없다'와 맷 딜런 주연의 에로틱스릴러 '와일드 씽', 그리고 '롤라 런' '아프리카 아프리카' '비즈니스 플레져' 등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4월의 한국영화로 대표되는 김의석 감독의 '북경반점'도 24일 개봉예정이며, 오랫동안 상영관을 잡지 못했던 다큐멘타리스타일의 '파파라치'도 '4월개봉 리스트'에 올랐다.
개봉영화가 이렇게 많다보니 최근들어 유행하고 있는 개봉이벤트도 한달 내내 열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아나바다 시사회'(바로워즈)가 열렸고, 기독교인들을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시사회(가든 오브 에덴)도 있었다. 여성영화팬들의 신체사이즈를 체크해주는 이벤트(밤볼라)도 시선을 끌었으며, 상영극장 앞에서 무술시범이 열리기도 했다(이연걸의 히트맨).
심지어는 24평형 오피스텔 입주권이 경품으로 나오기도 했다(플레전트 빌).
개봉이벤트도 점입가경. '납치하고 싶은 인물'을 설문조사(수어싸이드 킹)해 충격을 주는가 하면 당첨금 7억원의 복권을 관객 모두에게 나누어주는(웨이킹 네드) 사행심 조장성 이벤트가 기획됐다. 극장에 앉아 자장면을 한그릇씩 먹고 시사회를 갖는 '자장면 시사회'(북경반점)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신문의 영화광고를 들여다보면 제목도 미처 다 익히지 못할 정도. 신문 한면에 10여편의 영화광고가 한꺼번에 실려 있으니 '영화의 달'같은 착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이에 대해 극장관계자들은 "5월부터 쏟아져 나올 여름용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과의 '열세 경쟁'을 피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분석하면서 "그러나 결국은 한정돼 있는 관객을 나누는 격이니 흥행성공 확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창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