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소설] 운명 (1)
기사입력 1999년 04월 12일 16시 27분
심장이 멎는 듯 했다.
그녀를 처음 봤을 때. 전혀 낯설지 않은 이 느낌.
무엇 때문일까?
드디어, 드디어 찾은 것인가. 나의 인생을…?
# # #
나를 본 순간 그녀의 눈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휘둥그래졌다.
겁을 먹고 있는 걸까? 아니면 기뻐서?
"저…기, 혹시 저를 아세요?"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의 마음속은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찾은 걸까? 드디어? 찾은 걸까?
그녀의 눈은 놀라움에서 당황스러움으로 바뀌었다.
아니, 매우 실망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당신을 아냐구요? 저를 모르세요… 대민씨?"
"저… 저… 제가… 그러니까 제 이름이 대…민이라는 말씀이시군요?"
흡！ 그녀가 짧게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려왔다.
너무나도 놀란 것 같았다.
하긴. 나도 지금 제 정신이 아니다. 하물며 영문을 모르는 저 여자는 훨씬 더 하겠지.
"그러니까, 제 이름이 대민이라는 말씀이시죠?"
"네. 대민이에요. 양대민."
"제가 어떻게 된 건지 눈치 채셨으리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저는…."
내 이야기를 듣던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렸다.
나는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미, 민희씨！"
나는 어찌할 줄을 모르고 허둥대기만 했다.
그러자 그녀가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대민씨, 돌아와서 정말 기뻐요. 저는 당신이 죽은 줄로만 알았어요. 이렇게… 당신을 다시 볼 수 있다니 꿈만 같아요！"
그녀는 탁자 위로 살며시 손을 뻗어 나의 떨고 있는 손을 꼭 잡아 주었다.
나는 이 여자와 무슨 관계였을까?
이렇게 아름답고 따뜻한 여자와….
# # #
"그랬군요. 정말 너무 고생을 했군요. 대민씨, 이젠 푹 쉬세요."
나의 잠자리를 돌보아주고, 나에게 이불을 덮어주던 그녀는 내가 여태껏 지내온 이야기를 듣고는 눈물을 뿌리면서 방을 나갔다.
내 기억의 시작은 경기도 어느 하천가였다.
더러운 오물들이 나의 몸에 붙어 있었고, 그 퀴퀴한 냄새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옷차림을 수습한 뒤에도 그냥 앉아있을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누군지, 여기 왜 이렇게 쓰러져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여기저기를 떠돌았다. 젊은 몸이 있었기에 밥은 굶지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인력 봉고를 타고는 서울로 오게 되었다.
이번 공사는 작은 주택을 짓는 일인 것 같았다. 벌써 기초 공사는 다 끝마쳐진 상태였다.
나는 그날도 내가 누구일까라는 생각을 하며 일에 몰두했다.
그런데 그만….[계속]
글·이춘영(Cece) /하이텔/악몽따라&무진교(go sg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