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재의 문화수첩] 극단 신화 '해가 지면‥'
기사입력 1999년 04월 12일 15시 06분
어떤 연극이든 공연이 끝난 뒤 극장문을 열고 나설 때 가슴 한 구석을 울리는 것이 있다면 일단 `좋은 작품'이다.
모든 예술작품은 그것을 향유하는 인간에게 감동을 전해주기 위해 존재한다. 주제가 크고 작든, 형식이 잘 다듬어져 있든 아니든, 관객의 감성을 동요케 하는 작품은 기억에 남기 마련이다.
극단 신화가 서울 인간소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는 `해가 지면 달이 뜨고'(김태수 작, 김영수 연출)는 약한자의 삶을 진솔하고 아름답게 그린 무대다.
달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 `땅끝에 서면 바다가 보인다'에 이은 세번째 `서민극'이다.
이번 무대 역시 망우리 달동네가 배경이다. 만두를 빚으며 살아가는 실향민 만칠(윤주상), 좌판에서 여성의류를 파는 성준(최준용/김규철), 생선가게 처녀 동희(추귀정)와 그녀의 남동생 동수(김진만)가 등장인물이다.
이들 보통사람들이 엮어가는 일상과 희망이 극의 내용이다. 만칠은 통일이 되어 가족과 재회하는 것, 동희는 남동생이 시험에 합격하는 것이 꿈이다.
여기에 생선가게 처녀와 좌판 청년의 순수한 사랑이 극에 갈등구조를 만들어 주며 흥미를 배가 시킨다. 반면, 만칠이 저승으로 꿈을 안고 떠나는 장면은 관객들을 눈물속으로 안내한다.
작가 김태수는 서민들의 삶을 단순한 풍경화가 아닌, 관객들의 가슴에 작은 울림을 던져주는 사실화로 써내려 애썼다.
여기에 연출가 김영수는 `있는 그대로의 진솔함'으로 무대형상화했다. 비린내 나고 구질구질한 인생 그 자체를 표현, 인간냄새가 나는 무대로 만들어낸 것.
윤주상은 독특한 표정과 감정의 절제를 통한 정갈한 연기력으로 꿈의 상실을 대변하는 인물을 그려내 관객들을 울렸다.
최준용은 익살과 재치로 무장된 장사꾼과 사랑에 대한 순수성을 지닌 인물을 동시에 잘 그려내,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또 추귀정은 재래시장에서 봄직한 여인상을 담백하게 그려내 극중인물에 빨려들어가게 만들었으며 김진만과 양창완의 성장도 눈여겨 볼만했다.
일그러진 영웅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인간의 모습을 진솔하게 그린 소중한 현장극이자 현실극인 이 시리즈가 극단의 계획처럼 10편까지 이어지길 기대한다. 6월 6일까지. (02)923－2131 [문화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