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동서양 대문호 명작들 잇단 봄나들이
기사입력 1999년 04월 12일 15시 06분
테크놀로지와 사이버가 지배하는 세기말에 동서양의 고전들이 잇따라 무대에 올라 화제다.
러시아의 문호 안톤 체홉의 `벚꽃 동산'과 근대 중국의 대표작가 노신의 `아큐 정전' 등 무게감이 느껴지는 명작들이 쌓인 먼지를 털고 새롭게 시험대에 오르는 것. 기법의 홍수와 흥미위주의 연출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요즘 고전이 갖고 있는 서사성의 깊이를 모처럼 느낄 수 있는 기회다.
9일 막을 올린 서울시립극단의 `벚꽃동산'은 러시아혁명을 전후해 급격한 시대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스러지는 귀족계급과 발빠른 변신을 도모하는 상인계급을 통해 당시의 사회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
러시아 유학파인 함영준과 전훈이 일상어로 새롭게 공동번역해 원작의 딱딱함을 없앴다. 여기에 신예 연출가 전훈은 빠른 템포로 극을 재구성해 "고전극도 재미있게 볼 수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최형인 정동환 여무영 이항나 등 출연. 29일까지. (02)3991645
국립극단은 `한중일 동양 3국 연극 재조명 시리즈' 1탄으로 노신의 `아큐 정전'(김효경 연출)을 13일부터 18일까지 국립극장 소극장에 올린다.
신해혁명의 열기가 뜨거웠던 금세기초의 중국. 반식민지 반봉건사회에서 사명감도 목적의식도 없이 혁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비겁한 노예근성속에 최후를 마치는 주인공 아큐는 당시 중국인의 아픈 자화상이었다.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낡은 습관에 젖어있는 당대의 중국사회를 통렬하게 풍자한 작품.
주인공 `아큐'에 전국환이 나서는 것을 비롯, 장민호 서희승 정상철 문영수 등 국립극단의 베테랑이 총출동한다. (02)22741173
지난달 괴테 연극제를 선보였던 예술의전당은 `20세기 대표 작가 연극제'로 인도 시인 타고르의 `우체국'과 중국의 현대작가 조우의 `일출'을 16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번갈아 무대에 올린다.
채윤일이 연출을 맡은 `우체국'은 국내 첫 소개되는 작품. 병약해 외출할 수 없는 한 소년의 순수한 마음과 그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관계속에서 삶과 죽음의 참의미를 잔잔하게 보여준다. 이호재 이호성 등 출연.
`일출'은 30년대 중국의 한 도시가 배경. 사교계의 꽃 진백로를 중심으로 지배층의 향락과 부패, 하층민의 피폐한 삶을 대비시켜 현실의 질곡을 고발한다. 김철리 연출. 이현순 김수현 박성준 등 출연. (02)5801300
[김형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