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16강탈락 한국 축구 무엇이 문제인가
기사입력 1999년 04월 12일 14시 27분
한국축구는 아프리카와 인연이 없었다.
83년 멕시코 고원에서 일군 '붉은악마 4강신화'를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 재현하겠다던 한국은 예선 3경기를 끝으로 99세계청소년 축구선수권대회 무대를 내려왔다.
원인이야 여러가지로 분석이 되겠지만 결론적으로 실력부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승부들이었다.
아쉬움이라면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고도 우루과이를 잡지 못했다는 점.
물론 골운이 지독히도 따르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조영증 감독이 시인했듯 골 결정력이 세계수준에 미치지 못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매경기가 끝난 후 상대편 감독들은 한결같이 한국의 '경험부족'을 지적했다.
기술과 패기는 됐지만 노련미가 부족해 위기 대처능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상대팀에 대한 전력 등 정보에 어두웠던 점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대목.
당초 한국이 D조에 편성되자 조감독을 비롯한 여러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환상적인 조편성"이라고 했다.
포르투갈과 우루과이는 '해볼만한 상대'로, 또 말리는 '1승 제물'로 꼽았다.
조 수위가 확정돼 한국과의 승부가 의미가 없어진 말리를 4대2로 두드려잡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주먹구구식 분석이었음이 드러났다.
베일에 싸인 말리는 제쳐 두고라도 포르투갈의 경기 장면을 담은 비디오 테이프조차 나이지리아에 입성한 뒤 간신히 손에 넣었으니 충분한 전력분석과 대책마련이 이뤄졌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수비수의 육성도 하나의 숙제로 남았다.
현재 국내 아마축구는 '수비수 기근'이라는 기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청소년팀 수비수의 대부분이 미드필더나 스트라이커라는 점에서도 이같은 현상을 금세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선행되어야 할 작업은 따로 있다.
선수들의 '감정 다스리기'다.
특히 우루과이전은 모두가 되짚어 봐야할 일전이다.
이날 중앙 스토퍼들은 우루과이 선수들의 신경전에 말려 마치 '경고먹기 내기'라도 하듯 번갈아 옐로카드를 받아 말리와의 마지막 경기에까지 치명적인 전력 손실을 안겼다.
감정을 돋워봐야 따르는 것은 손해밖에 없다.
여기서 우루과이 선수들의 매너를 들먹여봐야 소용없다.
승부를 굳히기 위한 '시간끌기'도 하나의 중요한 작전이기 때문이다.
이제 이번 대회를 통해 드러난 허점과 결점을 철저히 보완해 2001년 아르헨티나대회를 향해 뛰어야 한다.
이것 한가지만은 기억하자.
팬들은 '패배는 용서해도 같은 실수의 되풀이는 용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에누구(나이지리아)=최재성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