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통신]예선탈락 확정에 선수단 허탈한 표정
기사입력 1999년 04월 12일 14시 02분
◇포르투갈-우루과이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면서 한국의 예선탈락이 확정되자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한국 선수단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조영증 감독은 "남의 손에 나의 운명이 좌지우지 된다는 건 참으로 견디기 힘든 일"이라며 괴로워했다.
◇1승2패로 예선탈락을 한 한국 선수단은 경기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자 마자 곧장 짐을 챙겨 귀국길에 올랐다.
선수들은 이날 밤 버스를 타고 6시간을 달려 라고스에 도착, 오전 10시 `브리티시 에어웨이'편으로 영국으로 건너간 뒤 공항에서 5시간을 기다렸다가 KAL기로 갈아타고 서울로 돌아갈 예정.
축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이날 비행기를 못 타면 이틀을 더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면서 "예선탈락과는 전혀 무관한 일정"이라고 애써 변명했다.
◇그동안 말리를 열광적으로 응원하던 말리의 `이웃사촌' 나이지리아 관중들이 한국@말리전서 한국선수들이 불같은 파이팅을 보이며 연속골을 터뜨리자 오히려 한국팀에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나이지리아 관중들은 한국이 득점할 때마다 "이보∼"라는 구호를 소리높여 외치며 기립박수로 축하해 주기도.
이보는 `백인'을 뜻하는 나이지리아말로, 나이지리아에선 아시아인들까지도 백인으로 분류한다고.
◇포르투갈-우루과이의 경기에 주심으로 나선 올라니얀씨（나이지리아）가 모두 7개의 옐로카드를 뽑아 관중들을 즐겁게（?） 했다.
올라니얀씨는 몸싸움을 벌이다 한 선수가 비명을 지르며 넘어지기만 하면 무조건 가해자에게 경고를 주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는데 결국 우루과이에게 5개, 포르투갈에게 2개의 옐로카드를 각각 안긴 것.
이에 대해 관중들은 "우루과이는 16강에 올라가도 뛸 선수가 없어 기권해야 할 것 같다"며 폭소를 터뜨렸다.
◇한국-말리전에 앞서 벌어진 포르투갈@우루과이의 경기를 관전하던 조중연 단장은 우루과이 선수들이 후방에서 자기들끼리 볼을 돌리며 수비일변도의 경기운영을 하자 "세상에 우루과이처럼 축구를 지저분하게 하는 팀은 처음 보겠다"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조단장은 "어떻게 된 녀석들이 한 번 넘어지면 일어날 줄을 모른다"며 그들의 형편없는 페어플레이 정신에 대해 분개하기도.
◇한국-말리의 경기를 앞두고 장내 아나운서가 한국 선수를 차례로 소개하자 나이지리아 관중들이 박장대소.
선수 이름을 호명할 때마다 깔깔대던 관중들에게 이유를 묻자 "한국 선수들의 이름은 모두 세 번의 발음으로 끝난다. 이름은 다 똑같이 들리는데 손을 흔드는 선수가 제각기 다르니 우습지 않는냐"고 대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