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사자-호랑이 얄궂은 운명
기사입력 1999년 04월 12일 00시 43분
적지 않은 `삼성맨'들이 결코 짧지 않은 기간동안 호랑이 유니폼을 입었었다.
서정환감독 12년, 이순철 작전．주루코치 13년, 투수 조계현 9년, 포수 정회열 8년, 그리고 투수 임창용 4년.
과연 `삼성 정서'는 있는 것인지 의아스러울 정도로 팀의 핵심은 `해태맨'들로 채워져 있다.
해태에는 `영원한 대구사나이'라던 양준혁이 똑같은 등번호 10번을 달고 4번에서 버틴다.
올 개막전 선발은 삼성에서 5년을 뛴 곽채진의 몫.
중간계투에는 황두성（2년）이 있다.
묘한 운명의 두팀이 11일 대구에서 맞붙었다.
출발은 포근했다.
해태 양준혁은 더블헤더 1차전 2회초 1,3루 관중석을 향해 넙죽 절을 하고 타석에 섰고 관중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양준혁을 감싸안았다.
끝맺음은 험악했다.
1차전 8회말, 빈볼시비로 양팀감독 및 코칭스태프가 그라운드 안에서 육두문자를 써가며 입씨름을 벌였다.
투수는 황두성. 삼성 8번 김태균의 얼굴을 정통으로 맞혔다.
서정환감독은 곧바로 마운드로 뛰쳐나가 황두성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흥분했고, 김응용감독도 이에 질세라 거구를 이끌고 말싸움에 합세했다.
몸싸움 없이 1분여만에 양팀은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그 뒤는 개운치 않았다.
"무슨 그따위 야구를 하느냐" "괘씸한 사람"이라는 목소리가 양쪽에서 똑같이 터져나왔다.
얄궂은 운명의 장난같은 상황, 양팀이 언제쯤 험했던 첫 만남을 딛고 웃음과 여유를 되찾을지 궁금하다.
[ 대구＝김우석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