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히스토리X] 싸늘한 미소 전율연기 압권
기사입력 1999년 04월 11일 14시 30분
지난달의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사실상의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일컬어지는 `아메리칸 히스토리 X'의 주인공 에드워드 노튼이 `소문으로만 알려진' 전율의 연기를 국내 관객에게 선보인다.
17일 개봉예정(서울극장)인 `아메리칸 히스토리 X'는 백인우월주의 모임의 리더인 한 청년이 유색인종에 대한 극단적인 분노와 적개심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감옥에서 자신의 편견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는 화제작.
여기에서 에드워드 노튼은 스킨 헤드에 온몸에 문신을 하고 사회의 모든 불평등의 원인을 유색인종에게 돌리며, 그들을 파괴시키는 것을 존재이유로 삼는 미국 하류층 젊은이의 캐릭터를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에드워드 노튼이 아카데미상 후보에 지명됐을 때, 할리우드 영화관계자들도 깜짝 놀랐다. 이제 겨우 4편의 영화에 출연한 스물일곱의 풋내기 배우가 기라성같은 배우들과 당당히 어깨를 겨루다니.
그러나 `아메리칸 히스토리 X'를 본 관객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알 파치노나 로버트 드 니로를 잇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배우라는 걸 실감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에드워드 노튼은 영화속에서 혼돈과 상실감, 증오와 저항으로 가득한 X세대의 현주소를 온몸으로 펼쳐보인다.
특히 영화의 초반부 자신의 차를 훔치려는 흑인들을 무참히 짓밟고 살해하고난 뒤, 돌아서서 싸늘하게 미소짓는 모습은 소름이 끼칠 정도.
또 출감하고난 뒤에는 참회와 평온의 눈빛으로 돌아와 관객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카멜레온을 연상시키듯 완벽한 두 얼굴을 그려낸 탓이다.
심약한 미소년의 수줍음이 있는가하면 뉴욕 여피족의 사치스런 눈매가 있고, 뽀얀 피부 뒤로는 근육질의 광기가 숨쉰다. `아메리칸 히스토리 X'는 에드워드 노튼의 광기서린 연기를 보는 것으로 충분한 영화다.
[이창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