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일본 젊은작가 소설 베스트 대열 '제2의붐'
기사입력 1999년 04월 11일 14시 20분
봄 서점가. 젊은 일본작가 열풍이 뜨겁다. 요시모토 바나나(35)와 히라노 게이치로(24). 나란히 베스트셀러 상위에 올라 있다.
벚꽃처럼, 어느날 갑자기 질 것 같지 않은 기세다.
바나나의 `키친'(민음사)은 지난 2월초 발간된 이후 2만여부 팔렸다. 지난주 베스트셀러 종합 9위에 올랐다. 올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인 히라노의 `일식'(문학동네)은 출간되자마자 단숨에 종합 14위를 차지했다.
웬만한 국내 작가의 인기를 뛰어넘는다. 무라카미 하루키나 무라카미 류의 작품이 이미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제2의 일본문학 붐'을 이끌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일본에서도 대단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가들.
바나나는 데뷔작 `키친'이 일본서만 100만부 이상 팔리며 `바나나현상'이란 유행어를 낳았던 인기작가. 88년 출간된 후 18개국 언어로 번역됐다.
스토리는 단순하다. 할머니의 죽음으로 고아가 된 젊은 여성과 어머니를 잃은 남자친구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며 연인이 되는 내용이다. 20대 남녀가 사랑과 인생에 눈떠가는 과정을 그린 청춘소설. 성전환 수술을 한 동성애자도 나온다.
만화광인 작가의 작품답게 만화적 요소가 강한 게 특징. 일본만화 감수성에 익숙한 국내 젊은이들이 쉽게 공감, 인기를 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담백, 깔끔하면서 재기 넘치는 문장도 매력으로 꼽힌다.
히라노는 `일식' 한 편으로 일본문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신예. 무라카미 류 이후 23년만에 대학생 신분으로 최고 권위의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이런 작품을 아쿠타가와상이 인정했다면, 아쿠타가와상에 의미가 있지 않겠습니까'라는 패기에 찬 수상소감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소설은 15세기 후반부터 16세기 초반 프랑스가 무대. 신과 인간, 육체와 영혼이 갈라지기 긴장된 시기를 다룬다. 한 성직자가 젊은 수도사 시절 겪은 내밀한 기적을 회상하는 형식이다.
현학적이고 장중한 의고체, 문학평론가들도 사전을 찾아야 할 정도로 어려운 한자 등을 사용하고 있다. 이런 시도가 오히려 독자들에게 신선한 느낌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일본서도 40만부 이상 판매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임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