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일기] 자연환경 실종 매연-소음 천국
기사입력 1999년 04월 09일 14시 32분
조깅을 한답시고 아침 일찍 호텔문을 나섰다가 5분도 안돼 엉금엉금 기어들어왔다.
자동차가 퍼붓는 매연 때문에 허파가 반쯤 멎어버렸기 때문이다.
아프리카한테 실망했다.
울창한 밀림, 상큼한 공기, 맑은 물, 별의별 희한한 동물들, 타잔과 치타….
아프리카와 아마존만이 `자연'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곳이라 여겨왔었는데.
실제로 `동물의 왕국'을 봐도 그랬고.
한데 사람 사는 동네는 영 딴판이다.
대로변에 5분만 서 있으면 허파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기가 탁하다.
다 그놈의 자동차 때문이다.
이 동네 차들은 보통 20∼30년씩 굴러다닌 것들이라 매연을 거의 `쏟아내는' 수준이고, 사람들은 그에 걸맞게 공해에 대한 공포심도 없어 보인다.
뼈다귀만 앙상한 흉물스런 버스가 한 대 지나가면 그 주변은 최루탄을 터뜨린 양 매캐한 연기로 가득하다.
어떤 승용차는 모기를 쫓는 한여름 밤의 방역차를 방불케 한다.
매연이 하도 많이 뿜어져 나와 엔진소리만 들릴뿐 차가 안 보이는 경우도 있다.
소음 또한 매연 뺨칠 정도다.
차만 탔다하면 너나없이 `빵빵'거리는 통에 온 거리가 시끌벅적하다.
앞에 차나 오토바이가 얼쩡대면 일단 경적부터 울리고 본다.
추월은 권력순이다.
자기가 앞차 운전자보다 `세다'고 여겨지면 잡아먹을 듯이 경적을 울리며 비키라고 들들 볶는다.
총을 든 경찰이나 군인이 한 명이라도 탄 차는 더하다.
미처 비키지 못하고 우물쭈물 하다가는 공갈을 당하든지 아니면 막대기로 얻어맞는다.
공기나 소음공해보다 더 심각한 것은 물이다.
우선 정수시설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아 수도를 틀면 흙탕물이 그대로 쏟아져 나온다.
에누구의 니케 레이크리조트호텔에 묵고 있는 한국 선수단이 수도꼭지를 양말이나 수건으로 싸매 건더기를 걸러내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고약한 냄새가 날 때도 많다.
산유국이라 그런지 기름기까지 배어 있다.
거기에다 길거리에서 소,대변까지 봐대니.
9일 아침에도 찜찜함을 삭여가며 그 물로 샤워를 하고, 양치질도 했다.
수도꼭지를 틀어 아무 거리낌없이 양치질을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행복인 것 같다.
[에누구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