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발정기 맞은 경주마들 출전거부 사태 잇따라
기사입력 1999년 04월 09일 14시 32분
경주마들이 춘 정(春情)에 시달리고 있다.
발정기를 맞아 암말들이 암내를 풍기자 수말들이 솟구치는 성욕을 주체하지못해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출전을 거부하는 말이 속출하고 있으며 억지로 출전, 느림보 걸음으로 달려 주파기록이 대폭 늦어지고 있다.
지난주 일요경마 제11경주에선 `프리클라우드'가 트랙 입구에서 게이트로 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다 김창옥 기수를 떨어뜨리며 5분여 동안 버텨 결국은 출전 취소됐다.
출발 게이트 앞에선 들어가기를 거부하는 말 때문에 마필관리사들이 진땀을 빼는 광경이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
마사회는 이런 말들에 대해서는 출전 자격을 박탈, 발주재검마로 지정하고 있다.
발주재검이란 게이트에 순순히 들어가 문이 열리자마자 뛰쳐나가도록 하는 훈련을 받아 이에 대한 시험을 다시 치르도록 하는 것이다.
발주재검마가 종전엔 이따금 한마리씩 나오는 정도였으나 지난주 토요경마에서 세마리, 일요경마에서 다섯마리나 나왔다.
이렇다 보니 말들의 달리는 속도가 뚝 떨어졌다.
지난주 일요경마의 경우 제5경주 국산마 3군 3세마 1,000m 레이스에서 우승한 `영산강'의 주파기록은 1분6초로 지난달 6일 `킬리만자로'의 1분3초1보다 무려 2.9초나 늦어진 것을 비롯, 우승마들의 주파기록이 크게 늦춰졌다.
마사회 김병선 핸디캡 과장(수의학박사)은 "말도 봄이 되면 사람처럼 이성을 그리워하게 된다"며 "경주마는 사람으로 치면 사춘기나 청년기에 해당하기 때문에 춘정에 더욱 시달린다"고 말했다.
[이규승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