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칼럼]조영남-요지경 미국 내 설 곳은 어디…
기사입력 1999년 04월 09일 14시 32분
여기는 미국 LA다.
빌어먹을 시간차 때문에 새벽 3시에 깨서 원고를 쓴다.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그건 너'를 손수 만들어 부른 70년대의 음유시인 이장희.
불과 십여년 전만해도 LA 변두리의 허름한 `로즈가든' 카페에서 맥주를 팔던 그가 지금은 재미교포 사회에서 가장 큰 라디오 방송국의 사장이 되어서 으리으리한 집에서 산다.
과연 미국은 능력의 나라이며 기회의 나라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한 게 있다.
백화점이나 아무 상점에서나 물건을 고른다음 대한민국 조흥은행에서 발행된 누런색의 플라스틱 카드만 내밀어 드르륵 한번하고 조영남 내 이름을 척 휘갈기면 바로 통과다.
돌아가신 나의 엄마 김정신 여사는 그 옛날 내가 미국에 처음 갔다왔을 때 대견한 아들한테 은밀히 물으셨다.
"야! 영남아 미국에도 하늘이 있고 산이 있냐?"
과연 그 엄마에 그 아들인가 보다.
한국의 신용카드가 미국에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쓰여지는 게 그렇게도 신기할 수가 없다.
내 카드에는 전부 한국말로 `이 카드는 세계 어디서나 쓸 수 있음' 따위의 안내문 같은 것도 없는데 한마디로 희안한 세상이 된 것이다.
이런 판국에 나는 왜 또 무심코 미국 TV프로그램을 보다가 헷가닥 돌아야만 하는가.
프로그램 내용을 간단히 요약해 보면 이런 거다.
MC 한 사람이 있다. 그냥 사방에 전화를 건다. 전화를 받는 사람도 화면에 등장한다. 여자 게스트에게 MC가 전화로 묻는다.
"약속된 남자를 지금 당신 집으로 보내도 되는가?"
그러면 "보내라. 기다리겠다"고 그런다.
그러면 약속된 시간에 여자네 문앞에서 남자가 초인종을 누른다. 물론 모든 장면이 TV화면으로 뜬다.
여자가 처음보는 남자, 전화로만 얘기를 했던 남자를 집안으로 맞이한다.
MC가 전화상으로 두 사람한테 얘기를 시킨다.
"둘이 서로 실물을 보고서도 마음에 드는가?"
그리하여 둘이 OK하면 즉시 둘이 붙어서 애무를 하고 옷을 벗기고 침대에 눕는 순간 카메라는 빠진다.
몇십분 후 여자의 방에서 나오는 남자를 TV화면이 포착한다.
MC가 전화로 묻는다. "어땠는가" 남자가 히죽히죽 거리며 대답한다. "하늘이었다."
둘은 더 길게 사귀고 싶으면 사귀고 아니면 그냥 섹스 한판으로 끝내면 되는거다.
따지고 보면 일본 TV보다 더 노골적이다.
세상이 이렇게 팽팽 돌아가는데 나는 예술을 한답시고 미술 전시기획 전시장 규모 등을 점검하러 여기까지 날아왔다.
5월에 나는 LA라디오 코리아 주최로 이곳에서 미술 전시회를 연다.
내 어줍지 않은 예술이 미국한테 얼만큼 먹혀들지 그게 궁금하다.
어떻게 되겠지. 조영남이 LA에서. [가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