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매출액 비례해 상금 걸어라
기사입력 1999년 04월 09일 14시 32분
"힘 없는 자 물러가고, 가진 자 나와라."
과천경마장 마필관리사들의 노동조합이 임금협상 때마다 외치는 십팔번이다. `힘 없는 자'는 사용자인 조기협회를, `가진 자'는 실권을 쥔 마사회를 일컫는 말이다.
노조가 사용자를 제쳐두고 엉뚱한 쪽과 협상하려는 지구상에 없는 희한한 일이 과천경마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마사회는 모든 경마상금을 마주협회에 지급, 마주협회는 이를 조기협회에,조기협회는 기수와 마필관리사에 각각 지급하고 있다. 여기서 마주, 조교사, 기수들에게 지급되는 상금과 마필관리사 월급이 모두 마사회가 정한대로 배분된다.
그러다 보니 조기협회는 마필관리사 임금을 더 주거나 덜 줄 권한이 전혀 없어 노조가 `가진 자'를 찾는 것이다.
요즘 노조는 정부의 지시에 의해 임금이 22.5%나 삭감되자 쟁의발생 신고를 내는 등 오는 5월8일부터 파업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이 파업할 경우 경주마에게 밥 먹여주고, 목욕 시켜주고, 운동 시켜주는 손길이 끊겨 경마가 중단되고 만다.
하지만 마사회와 조기협회는 속수무책이다. 사용자는 힘이 없고 `가진 자'는 법적으로 협상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마계에선 상금액수를 매출액에 비례해 정하는 정률제(定率制)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마사회가 정한 액수대로 지급하다 보니 마주, 조교사, 기수, 마필관리사들은 매출액이 아무리 올라도 자신들과는 무관하고 마사회만 좋은 일시켜준다는 생각 뿐이다.
그러나 정률제가 되면 매출이 오르는 만큼 자신들의 수입이 늘기 때문에 의욕을 갖고 질 높은 레이스를 연출하기 위해 애쓸 것은 당연하다.
이 점에 대해선 마주협회, 조기협회, 기수협회가 원하고 있고 마사회의 상당수 직원들이 찬성표를 던지고 있다.
하지만 마사회는 머뭇거리고 있다. 과거 일본이 정률제를 시행했으나 경마 매출이 경제성장률보다 몇곱절로 신장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마사회는 80년대 중반까지 경마 상금에 대해 물가지수를 감안,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정률제를 시행했고 민영장외발매소에 대해서는 목표 이상 매출을 올릴 경우 마진율을 낮추는 누퇴율(累退率)이라는 것을 적용한 경험이 있다.
당시 담당자들이 현재 마사회 핵심간부로 근무하고 있다. 직원들의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도 경영기법의 하나일 것이다.
[이규승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