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세상] '힘든 도전' 뜻대로 된다면
기사입력 1999년 04월 09일 13시 55분
LG 심재학은 투수가 재미없다고 타자를 택했던 선수다.
순간적으로 폭발하는 타자의 매력은 눈에 확 뜨였지만 매순간 공 반개, 손끝 0.1인치의 차이를 확인하는 투수의 스릴은 너무 은근해 잘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타석은 그에게 수차례 영광을 안겨 주었지만 나중에는 어려움과 고난을 더 많이 주었다.
지난 95년 이광환 전 LG감독이 투수를 시키려 했을때 베개에 얼굴을 묻고 엉엉 울었던 심재학－.
그로부터 4년뒤 결국 글러브를 들었고, 지난 5일 잠실 쌍방울전서 투수 데뷔전을 치렀다. 설익은 컨트롤로 4이닝 동안 4사구 4개를 내주며 진땀을 흘렸다.
관중석에 있던 어머니（이금희씨）는 강판후 덕아웃 밖에서 만난 아들의 손등에 말없이 입을 맞췄다. 심재학의 꿈과 고민과 아픔을 잘 아는 어머니의 무언의 격려였다.
심재학은 아직도 상대 마운드에 `좋아하는' 투수가 나오면 엉덩이를 들썩거린다. 투수 트레이닝은 여전히 지루하고 재미없다.
그러나 `내몫이 이 자리라면' 오늘에 충실하기로 했다.
두산 에이스 박명환은 개막전 선발을 펑크냈다.
팀이 3연패할때 발을 동동 구르다 지난 7일 드디어 잠실 현대전 선발로 나섰는데 난데없이 두 손가락의 피부가 벗겨져 중간에 내려오고 말았다.
승리도 따내지 못했고, 다시 일주일쯤 기다려야 한단다.
데뷔 4년만에 비로소 꿰찬 제1선발 자리. 그러나 제대로 시작해보기도 힘들다.
"그래도 명환이가 올라가니까 타선이 터져준다"고 등을 두드리는 코치와 동료들의 말에 박명환은 울컥 눈물을 쏟을 뻔했다.
야구는 맘대로 되지 않는다.
모든 이의 맘대로 모든 일이 이루어질수 없는 딜레마 때문이지만, 그렇게 어렵고 힘들어서 도전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