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축구]서기복 …포르투갈전 패배 와신상담
기사입력 1999년 04월 09일 00시 40분
청소년팀의 미드필더 서기복（20．연세대3）은 요즘 잠을 못 이룬다.
포르투갈과의 첫 경기서 맥없이 무너진 게 하도 분해 공이라도 터뜨리고 싶은 심정이다.
너무 열심히 뛴 게 화근이었다.
운동량이 지나쳐 허벅지와 장딴지에 시도때도 없이 쥐가 나는 바람에 제대로 한번 뛰어보지도 못했던 것이다.
"그동안 경기를 숱하게 치러왔지만 이런 경우는 또 처음입니다."
서기복은 이번이 두 번째 세계청소년출전이다.
97말레이시아대회때 막내로 출전, 당당히 주전자리를 꿰차고 예선 3경기를 모두 뛰었다.
불행하게도 그 대회는 우리 국민들에게 `쿠칭의 악몽'으로 기억된다.
브라질에 3대10으로 참패, 한국축구 100년사에 먹칠을 했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서기복은 꼬박 2년 동안 칼을 갈아왔다.
그래서 웬만큼 아파서는 내색조차 하지 않았고, 남들이 두 번 뛰면 세 번 뛴다는 각오로 훈련에 임해 왔었다.
그런데 3골씩이나 내주며 첫 판부터 허물어졌으니.
7일 오후 에누구의 이켄가구장에서 훈련을 마치고 땀에 흠뻑 젖은 채 그라운드를 나오던 서기복은 얌전하고 말수 적은 평소의 그 답지 않게 섬뜩한 말을 뱉고 지나갔다.
"아직 16강에 올라갈 수 있는 기회는 있습니다. 안되면 누워서 귀국할 겁니다."
[ 에누구（나이지리아）＝최재성 특파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