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소설] 용기 (1)
기사입력 1999년 04월 08일 14시 17분
사람에게는 용기가 필요할 때가 있다.
지금이 그 때이다. 지금이….
# # #
"사람이 말야, 그런 거 하나 몰라요? 정말 되게 무식하네…."
그녀는 정말 너무 똑똑하다.
그녀의 머리 속엔 백과사전이 들어있는 걸까?
"내일까지 미스터 박이 다 알아서 해요. 정말, 내가 미쳐.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니까！"
그녀는 항상 나에게 투덜거린다. 하지만 괜찮다.
그녀는 너무나 멋진 여성이고, 나는 아는 것도 없고, 그냥 일만 하면 되는 사람이니까.
"미스터 박！ 어딨는 거야, 대체? 사람이 부르면 대답을 하란 말예요！ 미스터 박！"
"예！ 예！ 지금 갑니다！"
나는 오늘도 또 그녀가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냥 잠시 생각에 잠겨 있었던 것 뿐인데, 그녀는 꼭 그럴 때만 나를 부른다.
"이봐요！ 정말, 여기서 계속 일을 하고 싶은 거예요?
사람이 말야, 제대로 정신이 박혀있다면 이럴 수 있는 거예요? 정말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 거야?"
"다음부턴 잘 할게요, 부장님."
"흥. 허구헛날 다음부터 다음부터… 그 다음이 벌써 몇 번째죠?
잘 생각해봐요.자신이 정말 이 회사에 필요한 존잰지를. 으휴, 내가 못 살아…."
그녀는 나 때문에 못산다고 항상 중얼거린다.
다른 사람들 때문은 아니고, 꼭 나 때문이라고 했다.
나는 그녀에게 잘 보이고 싶었다.
그녀는 예쁘고, 항상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온 뒤로는 웃지 않게 되었다고 누군가가 하는 말을 들었다.
그때 나는 무척 기분이 나빴다.
나 때문이라고 했다. 나 때문.
# # #
"얘, 너 말야. 미스터 박 좀 이상하지 않니?"
"어머, 너도?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바보같이 맨날 실실거리기나 하고. 김부장이 나한테 그렇게 했으면, 그년을 콱 죽여버렸을 텐데.
미스터 박은 사람이 착한 건지, 바본지 잘 모르겠어. 그치?"＜계속＞
글·이춘영/하이텔/악몽따라&무진교(go sg90)
[작가 소개]
이춘영. 하이텔 아이디는 `Cece'
`악몽따라-무진교'에서조차 베일에 가려진 인물이다. 올해 서울여자간호대학을 졸업한 22세 재원의 PC작가라는 설이 유력하다.
경력은 짧지만 대표작인 `… 아이' 글을 시리즈로 연재해 상당한 팬을 갖고 있다. 어린 아이의 눈을 통해 존어체로 쓰여진 `…아이' 시리즈는 현대 사회가 빚어낸 비정상적 사고를 가진 아이의 전율적인 행동을 잔잔하게 그리고 있다.
미국 SF의 시인이라 불리는 레이 브래드버리의 전율과 때로 흡사하다. 그러나 냉정한 문체와 비정한 인간상의 실험은 극히 독창적이다.
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