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2강'두산-현대 탈꼴찌 싸움
기사입력 1999년 04월 08일 01시 42분
"그러니까 우리를 빨리 우승후보에서 빼줘."
경기전 두산 김인식감독의 엉뚱한 부탁.
TV중계를 위해 잠실구장에 나온 허구연 MBC해설위원에게 시즌전 두산을 우승후보에 올린 것은 잘못됐다며 때늦게 항의다.
"우리가 도시 남 봐줄 처지가 돼야말이죠."
상대팀 홈 개막전이니 살살 뛰는게 좋겠다는 농담에 현대 김용철타격코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혼전으로 점쳐졌던 매직리그와 달리 개막전 넉넉히 드림리그의 양강으로 꼽혔던 두산과 현대.
뜻밖에 3연패와 2연패의 딱지를 붙이고 시즌 첫 잠실 맞대결을 벌였다.
저마다 겉으로는 `농담같은 엄살'로 오히려 여유있음을 시위하는듯 했지만 속까지 그럴리 없다.
며칠새 핼쓱해진 김인식감독의 얼굴은 거뭇거뭇했고, 현대 김재박감독의 표정은 내내 딱딱했다.
그러나 타들어가는 두 사령탑의 속마음을 외면하며 양팀 선수들은 아직도 몸이 덜풀린 모습.
오랜만에 안타를 치고 나가선지 두산 6번 심정수는 2사후 타구가 떴는데도 전력질주를 잊었고, 포수 진갑용은 코앞에 떨어지는 파울 플라이 타구를 놓쳤다.
현대 타선은 될만 하면 병살타를 때렸고, 중견수 김인호는 두차례나 엉뚱하게 달렸다.
양팀은 번갈아 만루찬스를 날렸고, 잔루를 쏟아내는 등 어설프고 답답하게 뛰었다.
개막 둘째주의 빅카드로 꼽히는 대신 드림리그 꼴찌 떠넘기기 싸움으로 전락한 맞대결.
좀처럼 따뜻해지지 않는 요즘 봄날씨같은 두 `강팀'의 모습이다.
[ 잠실＝이승민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