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수어싸이드 킹'] 2시간동안의 두뇌게임
기사입력 1999년 04월 07일 15시 19분
퍼즐을 풀어나가듯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는 묘미, 예상을 뒤엎는 반전의 묘미. 스릴러영화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때문에 스릴러영화는 우선 시나리오에서 승부가 난다. 여기에다 사건의 본질을 끝까지 감춰두는 연출력까지 보태면 금상첨화다.
죽은 룸메이트의 거액을 둘러싸고 친구들이 벌이는 심리전을 섬뜩하게 그려낸 대니 보일의 `쉘로우 그레이브'나 다섯명의 용의자를 놓고 치밀하게 전개된 두뇌게임 `유주얼 서스펙트' 등이 바로 이런 스릴러영화의 수작들.
`수어싸이드 킹(Sucide Kings)'도 관객과의 머리싸움을 시도하는 스릴러영화다.
첫장면에서는 제법 멋을 낸다. 강렬한 테크노 록을 뚫으며 그래픽으로 처리된 오프닝 타이틀백.
그리고는 "난 은퇴한 뉴욕 마피아의 보스. 이건 내가 납치당한 이야기다."라는 내레이션과 함께 뉴욕 도심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아마추어스타일의 납치극.
납치된 보스 찰리(크리스토퍼 워켄)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의자에 결박당한 채 손가락 하나가 잘려나간 상태. 납치범은 5명의 대학생. 삼류깡패들에게 납치된 친구 여동생의 몸값 200만달러가 필요하다는 게 납치이유.
찰리는 이들을 설득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이들 다섯명 가운데 여동생 납치음모에 연루된 배신자가 있음을 눈치챈다.
애송이 납치범들의 납치리허설 장면이 간간이 인서트 커트로 보여지고, 힌트도 준다. 배신자의 얼굴을 가린 채 푸른 와이셔츠에 줄무늬 넥타이만 몇차례 보여주는 것.
이 모든 미끼와 힌트는 찰리의 통찰력을 통해 비쳐진다. 두뇌게임은 노련한 찰리가 역시 한수위. 스스로 저마다 서로를 배신할 이유가 있었음을 자각하는가 싶더니 이내 배신자의 고백이 이어진다.
그러나 두뇌게임은 마지막 10여분의 반전에서 승부수를 띄운다.
피터 오펠런 감독은 마틴 스콜시지를 선생님으로 두고, 쿠엔틴 타란티노의 특강을 버무려 `수어싸이드 킹'을 만든 듯한 느낌이다.
`E.T'에서 외계인과 손가락을 마주하며 눈물을 글썽이던 꼬마였던 헨리 토마스를 비롯해 제이 모어, 숀 패트릭 프레너리 등 할리우드 신세대 배우들의 신선한 매력도 볼 거리.
[전문가 평점]
★★★★★(최우수) ★★★★(우수) ★★★(괜찮은 수준0 ★★(보통) ★(수준이하)
강한섭(서울예술전문대교수)_★★★
하재봉(시인．영화평론가)_★★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