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김문환-원고독촉에도 천하태평
기사입력 1999년 04월 07일 15시 19분
대부분의 만화가들은 올빼미족이다. 낮에 잠자고, 밤에 일한다. 이런 특성을 모르면 그들과 가까워질 수 없다. 오전 10시라면, 만화가들에겐 새벽이다.
만화가들의 입장에서 보면 정오쯤이 아침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직장인이 그들을 만나 점심식사를 한다면, 만화가들 입장에선 틀림없이 아침이거나 `아점'이다. 혹시 누군가 그들에게 맛난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면 오후 2시 이후에 약속을 해야 한다. 아니면, 아예 12시라고 못을 박아 아침을 굶고 오게 해야 한다.
또 하나, 원고에 대한 그들의 대답을 믿지 말아야 한다. 얼추 다 되어 간다면, 무엇이 그렇다는 것인 지를 꼭 확인해야 한다. 이제 원고를 막 시작했다고 보아야 하는 데생이 다 되어 가는 것인 지, 아니면 마무리를 말하는 것인지 잘 판단해야 한다.
그림에 대한 치열성을 누구나 인정하는 `남자이야기'의 작가 권기만의 `다 되어 간다'는 말은 언제 끝날 지 모른다는 말과 같다. 그의 장인정신으로 보면 마지막 남은 한 페이지를 완성하는데 이틀을 넘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의 입에서 뒤처리의 마지막 단계인 "화이트 작업 한 장 남았어요. 기다려요" 하는 소리가 나올 때가 정말 끝난 것이다.
이것은 손 빠르고 맛깔스럽게 그리기로 유명한 `블루 스테이션'의 작가 김지원의 경우도 비슷하다. 화실이 가까운 탓에 가끔 들러보면, 그는 잡지사의 독촉 전화를 받고서도 천하태평이다. 전화로는 몇 페이지 남지 않았다고 장담하지만, 사실은 그제서야 데생을 시작하려고 화판을 잡는 중이다.
또 만화가들과 술자리를 하면 밤새울 각오를 해야 한다. 그들이 모인 술자리는 간단히 끝나는 경우가 드물다. 직장인들이야 출근을 해야 한다지만, 올빼미족인 그들로선 시간에 쫓길 이유가 없다. 마감으로 받은 스트레스를 술로 밤새워 푸는 것이다. 때문에 어지간한 주당들이 섣불리 그들과 대작했다간 병원으로 가야 할 것이다. 누구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