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신우영의 코믹극 '키드갱' 화제 만발
기사입력 1999년 04월 07일 15시 19분
깡패와 갓난아이. 거리가 한참 멀다. 그런데, 그 둘이 만났다. 삼류 깡패들이 아이를 키운다. 동네 포장마차나 관리하는, '건달급' 조직폭력배들.
깡패들이 어찌어찌하다 돌도 안 지난 갓난아이를 떠맡는다. 우왕좌왕 좌충우돌. 뭐 하나 제대로 될 리 없다. 당사자들은 죽을 맛. 그게 그렇게 재미있을 수 없다.
젊은 작가 신영우(28)의 코믹만화 '키드갱'(시공사)이 인기다. 신춘 만화계의 히트 단행본. 기발한 발상이 독자들을 웃음천국으로 안내한다. 지난해 10월 첫선을 보였고, 4권까지 나왔다. 총 4만여권 팔렸다.
'대박'까지는 아니지만, 무명에 가까운 신예작가 작품치곤 대성공이다. 잡지 연재를 거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정감 넘치는 TV 홈드라마 같은 작품입니다. 가벼운 터치로 엉뚱한 상황을 재미있게 전개하고 있어요. 8개월짜리 딸을 키우면서 겪는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
주인공은 강대봉, 칼날, 한표, 호구 등 깡패 다섯 명과 갓난아이 철수. 이들이 펼치는 기상천외한 에피소드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열이 나 우는 아이에게 빨간 머큐롬을 먹이고, 배고프다고 울면 가슴 큰 남자의 젖꼭지를 물린다. 손가락을 집어넣기도 한다. 기막힌 일이다.
좀 어벙한 깡패들의 캐릭터도 호감을 준다. 조직 이름만 거창한 '피의 화요일.' 하지만 절대로 싸움을 안한다. 순진하기까지 하다. 생선가게에 세들어 사는 가난뱅이들. 월세를 못내 주인에게 생선으로 얻어맞는다. 목욕시킨답시고 락스물에 아이를 씻기도 한다.
이밖에 현실감 있는 대사, 아기의 특징에 대한 적절한 묘사도 '키드갱'의 매력.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도 깔끔하다.
시대 흐름에 뒤진 그림체, 메시지가 없다는 게 흠. 생후 여섯 달도 안된 아이가 앉아있는 장면 등은 어색하다.
하지만 작가는 "그저 아무 생각없이 재미있게 보라"고 말한다. "모든 만화가 무거울 필요가 없고, 만화는 다양해야 한다"고 당당하게 반론을 펼친다. [임정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