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정사정‥']이명세 특유의 액션영화 촬영중
기사입력 1999년 04월 07일 14시 48분
이명세 감독이 액션영화를 찍는다고 처음 말했을 때엔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로 불리는 이명세 감독은 아직 한번도 액션영화를 한 적이 없기 때문.
그의 영화는 `나의 사랑, 나의 신부'처럼 흥행에 성공한 영화도 있고, `첫사랑'처럼 참패한 영화도 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관객이 많이 들건 적게 들건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았다. 그의 영화에는 이명세 특유의 스타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요즘 본격적인 상업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태원예능 제작)를 만들고 있다. 이감독 특유의 색깔이 들어간 스타일리쉬 액션영화다.
경기도 양수리 종합촬영소에 마련된 이발소 세트. 마약조직원역의 이호성이 시골 이발소에 있으면 김형사역의 장동건이 들이닥치는 장면을 촬영할 세트다.
이감독 영화는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감독은 이발소에 걸려있는 흰 타월의 위치도 직접 조정해본다. "성격이 좀스러워서…"라는 게 이감독의 농담.
장동건이 문을 여는 순간에 대비해 스태프들은 선풍기를 준비한다. 문을 열면 바람이 들어올테고, 그럴 때엔 타월이 바람에 약간 날리는 게 옳은 것이다.
또다른 스태프는 장기알에 피아노줄을 단다. 총을 쏠 때 튀는 장기알을 그리기 위해서다. 이감독의 영화에서 장기알은 마음대로 튀면 안되고 카메라 렌즈안에서 의도된 방향으로 튀어야하는 것이다.
흔히 NG는 배우의 연기가 잘 안됐을 때 나오는게 대부분이지만 이감독의 촬영현장에선 `영상 NG'가 많은 게 특징이다.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4명의 주인공은 박중훈 장동건 안성기 최지우다.
박중훈이 물불을 안가리는 행동파 형사라면, 장동건은 정석적인 수사기법을 따르는 형사다. 안성기는 신출귀몰하게 도망치는 폭력조직의 보스이고, 최지우는 술집 출신으로 도망자의 순정파 애인이다.
배우들의 분장에도 시간이 많이 들어간다. 실제 형사들이 잠복근무를 할 때면 세수를 할 여유가 없어 손톱에 때가 끼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있는 박중훈은 촬영전에 손톱사이에 검은 칠을 한다. 손톱사이 분장은 손을 아무리 씻어도 쉽게 벗겨지지 않아 사석에서 오해도 받는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크랭크 인, 현재 60% 촬영 진척도를 보이고 있는 `인정사정 볼 것 없다'는 세트 촬영 이후 기차 액션신 등 스펙터클한 장면들을 촬영할 계획. 초여름 개봉돼 할리우드 액션과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