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비영리 갤러리 오픈한 '인 더 루프'
기사입력 1999년 04월 07일 14시 48분
국내 전시공간은 좁다. 미술관 아니면 상업화랑으로 이분화돼있다. 게다가 특정 학맥 인맥이 판쳐, 능력이 있어도 주류에 끼지 못하고, 상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재능을 꽃피우지 못하는 작가들이 수없이 많다. 작가층이 얇을 수밖에 없다.
이런 분위기속에 의식있는 작가, 큐레이터들이 뜻을 모아 역량있는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비영리 성격의 `대안 공간'을 표방한 갤러리를 열어 주목된다.
2월초 홍익대 입구에 문을 연 `인 더 루프(IN THE LOOP．약칭 루프)', 이달초 개관한 관훈동의 `풀(POOL)', 그리고 인사동 사루비아 다방 자리에 들어설 `프로젝트 스페이스'가 그것.
`루프'는 미국 시카고 미술대학(SAIC) 선후배인 30대초중반의 박완철 서진석 송원선 신용식씨가 출자한 카페를 겸한 갤러리. 4일부터 17일까지 강홍구 김석 석영기 서정국 조명식 등이 참여한 `카피 2.0.1'전을 열고 있다.
"기존 갤러리에서 작업하기 힘든 젊고 실험적인 작가들을 초대, 색깔있는 전시장을 만들고 싶어요."(서진석씨)
`루프'는 2주일간 대관료없이 작품 전시를 하게 하고, 전시 안내장도 만들어 준다. 카페를 겸한 까닭에 일반인의 출입이 편안하고 작품 감상도 11시 30분까지 할수 있다. 세미나실, 영상시설도 갖춰져있다.
`풀'은 `21세기 화랑'을 권혁수 김용익 김용철 서용선 안규철 이영욱 정헌이 최진욱 홍명섭씨 등 9명의 운영위원들이 인수했다.
지난 2일부터 13일까지 개관초대전으로 정서영 최정화 2인전 `스며들다'를 열고 있다. 알록달록한 때수건을 스펙트럼처럼 모은 최정화의 `서울의 때밀이'를 비롯, 정서영의 개념설치작품 `_어' 등이 전시돼있다.
이곳 역시 미술문화의 새로운 가능성 모색과 관련한 심포지엄, 대안적 미술형성을 위한 다양한 전시기획과 지원, 미술담론 생성을 위한 소통 매체 발간 등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기금이 모일 때까지는 일부 전시를 대관전으로 꾸미는 것이 약점이라면 약점. 황세준 박찬경 백지숙 이섭 정성철씨 등이 기획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편 `프로젝트 스페이스'는 작가 윤동구 설원기씨와 큐레이터 김성희씨가 중심이 된 작가지원 대안 공간. 9월중 첫전시를 가질 예정인데, 작가를 선별한 후엔 한달간의 전시를 주고 300∼500만원의 지원금을 줄 예정.
그러나 문제는 넉넉한 기금마련. 재정난앞에 무릎꿇지 않고 뜻을 펼치기 위해선 정부나 기업, 뜻있는 독지가들의 지원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