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최광렬 '잠자는 명품시계 맡겨만 주세요'
기사입력 1999년 04월 07일 14시 31분
어떤 시계도 상관이 없다.
멍청히 서 있던 시계도 그의 손만 거치면 돌아간다.
이른바 `시계방'에서는 못고친다는 까르띠에, 롤렉스, 피아젯 등 고가의 시계들도 시계박사가 손질하면 순식간에 명품이 된다.
시계수리에 관한한 국내 최고의 전문가인 최광렬씨(40．사진).
그가 서울 잠실의 롯데 월드 쇼핑몰 지하 1층에 `초이스시계수리센터'를 오픈했다.
최씨는 지난 91년 홍콩에서 열린 제3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에서 `시계수리'부문 금상을 수상하면서 그 기술을 인정받기 시작한 인물.
시계 고장을 동네 시계방에서 고쳐오던 시계수리가 전문적인 기술을 필요로 하는 것임을 널리 알리게 된 것도 최씨의 수상 이후의 일이다.
최씨가 시계수리를 자신의 평생직업으로 선택한 것은 어린 시절 사고로 다친 한쪽 다리의 장애 때문.
경기도 오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난 뒤 서울 종로의 국제시계학원에서 시계수리 공부를 시작하면서 이 분야의 최고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던 것.
`시계방'을 전전하면서 기술을 익히던 최씨를 처음 알아본 곳은 롤렉스 수리센터.
이곳에서 최씨는 결혼예물 등으로 널리 알려진 고가의 시계 수리에 눈을 떴고, 이후 피아젯과 까르띠에의 홍콩교육센터에서 교육을 받으며 고가시계 수리의 세계 정상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초이스시계수리센터'를 오픈하던 날, 명품브랜드 국내지사의 관계자들이 대거 몰려와 축하했던 것도 최씨의 실력과 명성에서 비롯된 일.
"5000만원 이상 홋가하는 바세론 콘스탄틴이나 파텍 등의 고가시계가 이상이 생기면 마땅히 수리할 곳이 없거든요. 제가 수리센터를 오픈한다는 소식을 듣고 호주에서 시계를 보내온 분도 있어요."
국내 기능경기대회 심사위원도 맡고 있는 최씨는 "장애를 이겨내는 길은 자신의 의지 뿐"이라며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라도 세계 최고의 시계수리 전문가로 인정받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창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