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출동] '백색공포' 확산 비상
기사입력 1999년 04월 07일 14시 10분
`서울, 필로폰 비상!'
순도 30％의 `저순도 필로폰'이 확산되고 있어 수사당국이 비상을 걸고 나섰다.
서울경찰청은 7일 1/4분기 동안 서울지역에서 적발된 필로폰 투약사범이 12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3명에 비해 2.4배나 증가했고 3월 한달동안 59명이 적발돼 지난해 같은 기간의 12명에 비해 무려 5배가 가까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IMF 상황이 가져다주는 고통과 지루함을 잊고 쾌락을 추구하려는 심리가 마약의 확산을 부추긴다는 설명이다.
중국 등에서 대량제조돼 조선족 교포를 통해 들어오는 것으로 추정되는 필로폰은 서울 강남의 유흥가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특히 저순도 필로폰은 적당히 기분을 좋게 하고 겉으로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일부 주부층까지 파고들고 있어 그 심각성을 더해준다.
지난달 20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붙잡힌 필로폰 상습투약 남녀 7명 중에는 평범한 주부 3명이 포함돼 있었으며 이들은 여관 등을 전전하며 필로폰을 투약하고 그룹섹스를 즐겨온 것으로 밝혀졌다.
또 지난 2월 28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검거된 안모씨（20．경기 고양시 관산동）부부는 필로폰을 밀매하는 중간 판매책으로 겉으로는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하는 것처럼 행동했지만 조사결과, 심각한 중독증세에 빠져 있었다.
밀매조직들은 판매확산을 위해 저가의 저순도 필로폰을 선호하고 있다.
필로핀의 순도를 30％로 낮췄고 1회용 투약분 0.03g의 가격을 고순도 필로폰 가격의 반값인 10만∼16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필로폰 중독은 결국 죽음을 불러일으킨다.
지난 5일 오전 11시쯤 서울 강남구 논현동 K투자금융 사무실에서 사장 K모씨（34．사채업．서울 강남구 포이동）가 천장에 목을 매 자살했다.
경찰은 최근 이씨가 3년전부터 손을 댄 필로폰을 끊은뒤 금단현상에 시달리면서 수차례 자살을 기도했다는 아내（28）의 진술에 따라 고통스런 금단현상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요즘 마약 유통시장의 무게중심이 대마초에서 필로폰으로 이동하고 있다"면서 "저순도 필로폰은 당장 중독증세가 나타나지 않아 평범한 사람도 마약에 빠져들게 하는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동철 기자]
